계절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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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일기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6.09.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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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일기를 따르는지, 아니면 일기가 계절을 선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계절의 변화처럼 사람들의 움직임과 생각들도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빨리 오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철이 한결같은 열대나 아열대지방의 나라들에서 급격한 경제성장 같은 것은 별로 볼 수가 없는 것도 기후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한 달 이상이나 지속된 열대야를 동반한 이번 여름같이 무더운 때도 없었다. 끝도 없이 갈 것 같던 무더위가 갑자기 내린 비로 사라지자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느낌마저 든다. 기후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더위는 없다는 듯이 잔뜩 지푸린 하늘에서 수시로 질금 질금 비를 뿌린다. 이번 비는 우리를 사지에서 살려주었다.
그러나 이런 비도 한없이 계속 내린다면 우리 인간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한 종교의 신화적 얘기지만 구약경에 보면 천지만물과 인간을 창조한 신(‘하나님’)이 인간 세상에 죄악이 가득함을 보고 인간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40일 주야로 비를 내려 지구전체를 물로 덮었다고 한다. 그리고 노아와 그 가족, 지상의 동물 각 한쌍씩만 방주에 실어 살렸다고 한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한 인간을 홍수로 전멸케 한 변덕심한 존재인가? 인간이 죄지을 줄도 모르고 창조하고 자유를 주었던가? 심판하기 위해서 인간을 창조했는가? 방주가 얼마나 컸기에 수많은 세상 동물이 종류별로 한 쌍씩 다 들어갈 수 있었는지? 곤충들 까지도 방주에 들어갔던가? 지금도 하나님은 생명체를 계속 창조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들은 무조건 믿어버리는 무지함이 없이는 전연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다. 허나 자연환경인 기후가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전멸시킬 수도 있음은 확실하다.
실로 일기의 힘은 대단하다. 인간과 동물들은 살아가면서 자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대결로 끊임없이 싸움을 하는데 일기는 그런 전쟁도 중지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날씨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왕이 된 경우도 있다.
먼 신라때 이야기다. 각간 김경신이 어느 날 밤에 복두를 벗고 흰 갓을 쓰고 12현금을 들고 천관사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경신이 사람을 시켜 해몽점을 쳐보니 「복두를 벗은 것은 관직을 잃을 징조, 가야금을 든 것은 칼(죄인에게 씌우는)을 쓰게될 조짐, 우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옥에 갇힐 징조」라고 했다.
경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근심하여 두문불출하였다. 그때 아찬 여삼이 경신에게 와서 뵙기를 청하였으나 병을 빙자하고 나오지 않았다. 여삼이 재삼 청함으로 경신이 만나니 여삼은 “공이 근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경신이 그간의 사정을 말하니 여삼은 일어나 절을 하며 “그것은 좋은 꿈입니다. 공이 만약 왕위에 올라서도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공을 위해 꿈을 풀어보겠습니다.” 하였다. 경신이 좌우를 물리치고 청하니 여삼은 “복두를 벗은 것은 내 위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고, 흰 갓을 쓴 것은 면류관을 쓸 징조이며, 12현금을 든 것은 12대손까지 왕위를 이어받을 조짐이며, 천관사 우물로 들어간 것은 궁궐로 들어갈 상서로운 조짐입니다.”하고 말했다.
그러나 경신은 “위에 주원이 있는데 어찌 상위에 있을 수 있겠소?”하고 말하자 여삼은,  “비밀히 북천 신에게 제사 지내면 좋을 것입니다.”고 하여 경신이 그대로 따랐다.
그 얼마 후 선덕왕이 세상을 떠나자 나라 사람들은 김주원을 왕으로 받들어 장차 궁중으로 맞아들이려 했다. 주원의 집은 알천 북쪽에 있었는데 홍수로 갑자기 냇물이 불어나 건널 수가 없었다. 이에 경신이 먼저 궁궐로 들어가 왕위에 오르니 모든 대신들이 따랐으며 새 임금께 축하를 드리니 그가 바로 원성왕이다. 일기가 임금을 바꾸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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