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안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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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시조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8.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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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2】
까치는 예로부터 우리의 민요·민속 등에 등장하는 친숙한 새이다. 또 신화에서는 주인공은 못 되어도 구성상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예를 들어 중국의 칠월칠석 신화에서는 견우성과 직녀성의 가연을 연결시키는 오작교를 놓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에 우는 까치를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吉鳥)로 여겨, 마을에서 새끼 치는 까치를 괴롭히거나 함부로 잡는 일이 없었다. 길조인 까치와 연결하여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喜鵲(희작) / 월헌 정수강
쓸쓸한 사랑채에 날까지 저무는데
벽오동 가지 위에 까치가 깍깍 댄다
주인께 기쁜 소식 알리니 즐거워 경사로군.
寂寂西軒日欲斜 碧梧枝上鵲査査
적적서헌일욕사 벽오지상작사사
殷勤爲報主人喜 知有家中樂事加
은근위보주인희 지유가중락사가

반가운 까치(喜鵲)로 번역되는 칠언절구다. 작자는 월헌(月軒) 정수강(丁壽崗:1454∼1527)이다. 조선 중기 문신으로 중종반정으로 재등용 되어 강원도 관찰사를 거쳐 판결사, 대사간 등을 두루 역임했다. 벼슬이 병조참지를 지내고 중추부동지사에 이르렀다. 그가 저술했던 한문소설 [포절군절]이 전해 오며, 문집에는 [월헌집]이 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쓸쓸한 사랑채에 날조차 저무는데, 벽오동 가지 위에 까치가 깍깍 댄다. 은근히 주인에게 기쁜 소식 알려주니, 집안에 즐거운 일 생길 줄 알겠구나]라는 시상이다.
1506년 가을 중종이 왕위에 올랐을 때 월헌은 원종 일등 공신으로 녹훈되어 강원도 관찰사에 임명되면서 3대 세습하는 벼슬이 추증되었다. 지금은 어림없는 일이지만 그 때는 그랬다. 예조ㆍ병조ㆍ형조 세부처의 참의를 역임하고 재차 성균관 대사성을 맡았다. 1518년 봄에 가선 대부로 승진하여 사헌부 대사헌이 되었다. 성품이 인서하여 사람들이 그의 덕에 감복했다.
시인은 까치를 보며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까치는 사람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친근한 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나 깊은 산에서는 까치를 찾아볼 수가 없다. 까치는 사람이 심어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람이 지은 낱알과 과일을 먹으며, 심지어 사람 흉내까지 낸다.
화자는 거쳐하는 사랑채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까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반가운 소식이 전해질 모양이다. 까치가 우는 것을 보고 집안에 즐거운 일이 있을 모양이라는 생각 속에 하루를 여는 지혜도 좋을 것이니.
【한자와 어구】
寂寂: 쓸쓸하다. 西軒: 사랑채. 日欲斜: 해가 저물고자 한다. 碧梧: 뱍오동. 枝上: 가지 위. 鵲: 까치. 査査: 깍깍대다. 까치 울음소리. 의성어.
殷勤: 은근하게. 爲報: 갚고자 하다. 主人: 주인. 喜: 즐거움. 知有: 있을 알다. 家中: 집안에. 樂事: 즐거운 일. 加: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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