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절에 벌어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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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절에 벌어진 전쟁
  • 최동철
  • 승인 2016.08.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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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매년 여든 송이 정도의 과실을 제공해주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다. 변변찮은 솜씨로 약간만 돌봐주어도 열심히 포도 알을 맺어준다. 칠년 째, 이웃과 몇 송이씩 나눠먹고 있다. 그런데 올 여름은 이 고마운 포도나무를 사이에 두고 쫓고 죽이는 생존전투가 한창이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서 이동해 왔다는 ‘꽃매미’와는 이미 수년전부터 전쟁을 하고 있다. 매미목에 속하지만 생활방식은 매미충 종류라는 이놈들은 주로 포도나무와 가죽나무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한반도의 온난화 덕에 이젠 아예 아랫목에 자리 깔고 누워 월동까지 하는듯하다. 나름의 진화방식이 훌륭해서인지 지능도 높은 편이고 눈치도 매우 빠르다. 유충과 성충 모두 즙액을 빨아 먹는다. 물총 쏘듯 많은 양의 분비물 배설로 그을음 병도 발생시킨다.

유충 때는 영락없이 ‘하이에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검은 바탕 흰점에서 붉은 바탕 검은 점으로 성장과정을 겪는 유충은 앞쪽은 높고 뒤쪽은 낮은 자세다. 갈색 바탕 검은 점의 날개가 달린 성충이 되면 새빨간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속 날개를 펼쳐 상대에게 흉측함 마저 준다.

매일 서넛 마리씩 잡아내도 끝이 없다. 아마도 전역에 퍼져 있는가 보다. 한 그루 관리도 이 지경인데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부들의 심정이 어떨지 실감이 난다. 폭염 속 땀에 젖어 해충과 싸우는 농부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 올해부터는 까마귀마저 속을 썩인다. 새들 중 머리 좋기로 익히 알려진 까마귀다. 어느 날 포도송이를 감싼 봉지 몇 개가 찢긴 채 바닥에 떨어져 있다. 주변에는 벗겨진 포도껍질이 널려 있다. 사람이나 최소한 원숭이 정도가 장난삼아 했음직한 해코지 행태였다.

며칠 뒤 알아낸 결과의 주범은 까마귀다. 포도나무 근처 전봇대에 대장까마귀가 먼저 날아와 뭔가 명령을 하듯 까악 거린다. 인근에서 응답을 해댄 까마귀 한 마리가 곧 날아와 포도봉지를 벗겨낸다. 그 안에 포도열매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검은색의 잘 익은 포도 알만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껍질을 손수 벗겨 맛있게들 드신다. 하기야 세상의 자연산물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니 나눠먹는 게 당연하기는 하다. 그래도 주인인 내가 먼저 맛본 뒤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그 뒤부터는 까마귀와의 전쟁도 시작됐다. 아침나절 대장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리면 곧 바로 쫓아나가 ‘내’가 지키고 있음을 알린다. 그러면 이솝우화의 ‘까마귀와 여우’처럼 “아직 익지 않아 시어빠진 포도는 주인 눔이나 먹으라지”하고 푸념하면서 까마귀 떼가 물러나곤 한다.

요즘은 폭염과도 전쟁 중이다. 더위가 해 뜰 녘부터 해 질 녘까지, 또 열대야로 이어져 밤잠마저 설치게 한다. 이런 날씨 속에서는 특히 외롭게 홀로 지내는 고령의 노인들이 매우 힘들어 할 때다. 관련 공직수행자 뿐만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주변을 한번 씩 챙겨보자.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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