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자조 섞인 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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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자조 섞인 타박
  • 최동철
  • 승인 2016.07.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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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이미 서넛 중 한 명은 노인이다. 삼년산성에 올라 보은읍으로 잔돌을 던지면 십중팔구, 한 노인의 머리에 맞을 것이 뻔하다. 한국 전쟁이 끝난 뒤 급속히 늘어난 인구, 이른바 ‘베이비부머’가 법적 노인에 본격 편입되는 내후년부터 둘 중 한명은 노인일 것이다.

본디 금처럼 귀해야 대접을 받는 법이다. 수명이 쉰 살 정도였던 조선시대엔 육순정도만 돼도 부러움과 공경을 받았다. 진짜 ‘어르신’ 대접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어르신의 ‘한마디’는 곧 한 가정의 권위적 법이자 불문율이었다. 노인이 귀하디귀했던 그 때 그 시절 얘기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문명의 발전으로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승사자가 희수(77세)때 와서 부르면 “지금부터 노년을 즐길 것”이라고 말하고, 미수(88세)때는 “쌀밥 더 먹고 가겠다”며 손사래치고, 백수(99세)때 와도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다”고 버티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 흔해 빠진 게 ‘노인’이다. 흔하다보니 가치도 잃었다. 이젠 국가는 물론 사회와 가정에서조차 성가신 존재로 여겨지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존속 범죄가 말해주듯 이제 존경은커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하는 세태가 됐다.

세상이 변했으니 ‘노인들’ 스스로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변하지 않으면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지역 발전에 민폐를 끼치는 꼬락서니로 전락하게 된다. 사실상 보은군은 ‘노인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인구는 34,208명이다. 그 중 10,172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군민의 30퍼센트 정도다. 점유율은 계속 확장되어 늘어날 것이다. 70대 중반 나이의 정상혁 보은군수에서 알 수 있듯 보은군 저변을 이끄는 중추세력은 아직까지 ‘노인세대’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선진국들의 정치지도자 나이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지 총리와 벨기에 샬레오 미셀총리는 42세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6세, 타비 로이바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38세다. 얼마 전 물러난 캐머런 영국총리도 43세였다.

보은군의 18세 미만 아이들은 4,332명에 불과하다. 13퍼센트 정도다. 노인세대 보다 훨씬 적으니 정작 대접을 받아야 할 귀한 세대다. 이 아이들이 장차 시대의 주역이고 노력해서 나이 먹은 적 없는 노인들은 이제 대사 없는 조연으로 자리바꿈을 해줘야 한다.

나이가 벼슬도 아니고 권위를 상징하는 시대도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 요즘 같은 세태에서 노인답게 사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욕과 고집을 버린다. 노년의 절약은 미덕이 아니다. 화해하고 용서하며 베풀고 나눔으로 노년기의 상실감과 고독을 극복할 수 있다.

노인들의 선생은 젊은이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데 손발과 두뇌를 쉬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세대들과 함께 한 세상 어울려 살아가는 진정한 동시대인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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