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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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소고(小考)
  • 최동철
  • 승인 2016.07.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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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사실 그러하다. 천금이 있다한들 먹고 마실 음식이 없거나,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다한들 먹고 마실 건강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천금 보다 중한 것은 바로 생명을 영위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매일 세 번 정도 차려 먹는 밥상이다.

오래오래 살고 싶은 장수욕(長壽慾)과 여성스런, 남성스런 이성을 쫓고 탐하는 성욕(性慾)조차 먹고 마시는 식욕(食慾)이 먼저 해결되지 못하면 다 부질없다고 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등 따습고 배불러야 사랑도 하고 오래도록 살고 싶고 시쳇말로 ‘죽어서도 때깔이 좋다’.

그래서인지 요즘 텔레비전만 켜면 본 방송이든 광고든 ‘밥상 타령’이 즐비하다. 이른바 ‘먹방’이다. 어촌이든 농촌이든 상차림이 주제다. 뉘 집 냉장고를 급습해 밥상을 차리는가 하면 집 밥이니, 식당 밥이니 하며 온통 ‘먹는 타령’이다.

‘요리사’라는 우리말이 어눌하거나 자랑스럽지 못하다고 느꼈는지 호칭마저 ‘셰프(chef)’가 표준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구촌 한편에서는 먹을 게 없어 굶주림과 사투를 벌인다는데 우리네 안방 텔레비전은 달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음식 맛만 무한경쟁 하듯 추구한다.

비만성의 살집 좋은 출연자가 며칠 굶은 양 볼이 터져라 우적대며 음식을 마구잡이 쑤셔 넣기도 한다. 소위 맛이니 음식전문가라는 신종 직업군 종사자도 나타나 ‘음식타령’을 해댄다. 이들의 말재주에 음식맛과 식재료의 선호도가 가름되고 많은 사람들이 막무가내 추종한다.

예부터 우리네는 음식을 소중히 여긴 민족이었다. 밥 한술, 과일 한 조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흘린 땀과 수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소중한 음식을 먹기 전, 조금씩 덜어내 천지신명과 주변 동물들을 위해 ‘고수레’를 했다.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쓴 사대부의 생활교양서라 할 ‘한정록’에 ‘음식은 땅을 일구고 작물을 심고 거두어 빻고 물에 씻은 다음 끓여서 만든 것이니 노력이 많이 들고, 한사람이 먹는 것은 열사람이 수고한 결과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심력을 다해 이룬 것을 먹는 것이고, 벼슬길에 나가서는 백성이 피와 땀을 흘려 만든 것을 먹는 것이니 더 말할 게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음식은 언제나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어야 몸을 부지할 수 있으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항상 약을 먹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한다.’고 강조했다. 더하여 이러한 의미를 ‘밥상머리에서는 반드시 생각하라’고 기술했다.

공자도 그랬다. 논어 향당편 8절에 제자들이 기술한 공자의 식생활이 실려 있다.
‘쉰밥과 상한 생선고기를 먹지 않았다. 빛깔과 냄새가 나쁜 것, 제대로 익히지 않은 것과 제철이 아닌 것을 먹지 않았다. 밥상에 고기가 많아도 밥의 기운을 이길 정도로 많이 먹지 않았고,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반드시 조금 덜어내 공경하게 고수레(祭)를 하셨다.’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위해 먹는 것이다. 음식의 귀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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