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박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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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박준병
  • 최동철
  • 승인 2016.07.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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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靑山) 박준병 전 민주정의당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다. 청산은 옥천군 청산면 그의 고향에서 따온 아호다.

그는 이등병 출신으로 육군 대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50년도 대전고 재학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한 뒤 병장 계급으로 육군사관학교에 12기로 입학해 84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또한 군 위탁 교육생으로 선발돼 서울대 사학과와 국민대 대학원 사학과도 졸업하고 육사 교수도 지냈다. 80년대 신군부의 일원으로 5공화국 수립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육사 1기 선배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보안사령관을 역임했다.

85년도 제12대 총선 보은·옥천·영동선거구에서 민정당 의원으로 첫 당선된 뒤 14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민정당과 민자당, 자유민주연합을 거치면서 사무총장을 모두 역임했다. 자민련 부총재를 지낸 뒤 2002년 정계를 은퇴하고 서경대 석좌교수 등으로 활동해 왔다.

청산과의 첫 대면은 88년 제13대 국회 때였다. 16년 만에 소선거구제가 부활되어 첫 여소야대 국회가 됐던 해이기도 했다. 현 김영만 옥천군수가 보좌관을 지내던 시절이었다. 국회 출입 기자였던 본인의 호시절이기도 했다.

당시 특히 13, 14대 국회 때는 대한민국을 움직였던 세력이 충북 정치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숫자는 적었지만 거개가 거물 실세들이었다. 청산은 물론이고 ‘저승사자’ ‘면도칼’이라 불렸던 이춘구, 4부 장관직을 역임한 정종택, 6선 관록의 김종호, 이종근의원 등이 활동했다.

군 출신의 정치인 숫자도 무시 할 수 없었다. 오용운(육사7기, 소장), 이종근(육사8기, 준장), 박준병(육사12기, 대장), 민태구(육사13기, 소장), 이춘구(육사14기, 준장) 등 도합 10개의 별이 깜박였다. 영동군 태생의 육군 중령출신 3선 이동진의원도 있었다.

“군인이 아니었다면 학자가 됐을 것”이라고 술회했던 청산은 글쓰기, 읽기, 바둑 등을 즐겼던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품성의 소유자였다. 충북 지역 정치인들과도 사이가 원만했다. 다만 이춘구 의원과는 껄끄럽다 할 정도로 소통이 없었다.

이춘구는 청산보다 육사 2기 후배였지만 나이로는 한 살 차이였다. 반면 신군부의 ‘하나회’에는 먼저 가입한 입회선배였다. 5공 정권을 창출한 국보위에도 먼저 참여했으며 사회정화위원장을 맡아 일등 공신이 됐고, 정계에도 먼저 진출해 선배정치인이 됐다.

두 사람은 성격, 업무스타일 등 모든 게 맞지 않았다. 청산은 앞날을 내다보는 지장(智將)이었다. 20사단의 광주 진입을 늦춰 공수부대가 도청을 완전 진압한 뒤에야 수습차원의 진입을 했다. 무분별한 살생을 피했다. 현명하고 멋스럽게 한세상을 살다갔다.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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