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공교육 붕괴 위기
학생수의 부족으로 문을 닫는 농촌 학교가 급증하면서 농촌의 공교육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군내 회남초등학교와 내북중학교가 내년 3월 1일자로 분교로 격하될 전망이다.(2002년 6월29일 자 597호 4면 보도)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1면 1본교 유지를 원칙으로 하지만 학생 수가 30명 이하는 예외이며 중학교는 50명미만의 경우 분교장으로 개편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에따라 3학급에 학생 수가 21명인 회남초등학교와 3학급 49명인 내북중학교는 분교 격하 조건에 딱 맞아 떨어져 교육청은 이같은 계획을 공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학교 통폐합으로 인한 농촌 공교육의 붕괴는 농업인들로 하여금 자녀교육을 위해 농촌에서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이 되고 있고 결국 농촌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학교 통폐합보다는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육 당국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교육당국은 교육재정의 효율화라는 미명아래 획일적인 잣대로 통폐합을 강행하고 있다.
농촌학교의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사와 학생 수 부족으로 2개 학년이 함께 수업을 하는 이른바 복식수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통폐합 이후 물론 통합 학교에 대한 지원과 스쿨버스 제공 등으로 겉모습은 분명 달라졌다. 농촌 학부모 중 상당수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통폐합은 대도시로의 전학을 더욱 부추기고 남아있는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질적 저하도 초래될 수도 있고 집에 돈이 없거나 공부를 못하는 부류로 오해를 받기도 해 농촌에 사는 자괴감도 클 뿐만 아니라 결국 농촌 공동체 문화자체가 소멸될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도시에 편중된 교육 여건을 농촌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투자를 통한 균형 달성이 필요하고 농촌학교에 더 많이 투자를 해 시설과 기자재를 보완하고 교원확보 면에서 도시보다 더 나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농촌 학생들은 도시 학생에 비해 사교육 부문에서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농촌학교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확대가 농촌 공교육이 붕괴되지 않고 농촌 공동체를 해체되지 않는 길이라고 단언한다. 이와함께 지역학교를 지킨다는 주민들의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제주군 애월읍 수산리 물메초등학교는 주민들이 폐교위기의 학교를 지켜내 화제가 된 바 있다.
1999년 물메초등학교의 폐교 얘기가 나오자 주민들은 가장 먼저 시내 거주민의 전입을 유도했다고 한다. 당시 학생 수가 67명에 불과해 폐교 반대에 역부족인 상황이라 타지역 학생의 전입만이 학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마을내 빈집 15채를 정비해 시내 거주자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더많은 전입을 유도하기 위해 무상임대 빌라를 신축하기도 했다.
평당 40만원을 호가하는 대지 200평을 내놓는 주민을 비롯해 형편이 넉넉지 못한 농가까지도 모두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태 자체 조성액만 2억7000만원, 도와 시·군 지원금까지 더해져 4억8000만원이 모였다. 출향인도 힘을 보태 버스 회차지로 땅을 희사해 시내버스 노선을 유치, 전입민들의 생활불편도 해소시켜 주었다. 결국 이같은 노력으로 2001년 11월 빌라가 들어선 이후 12가구가 추가 전입, 물메 초등학교는 113명으로 폐교 대상 지정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본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는 것.
또 충남 아산시 송악면 거산리에 위치한 송남초등학교 거산분교는 올해부터 전원형 작은학교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붕괴위기에 놓여있던 이 학교는 농촌교육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천안과 아산시내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시골 학교로 전입, 기존 4학급 34명으로 운영되던 거산분교는 전입생 74명을 더한 108명으로 올해 3월5일 전원형 작은 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의 농촌학교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한 주민들은 학교가 폐교가 되든 말든 관심이 없는 우리 지역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드디어 회남초등학교의 분교 격하로 초등학교의 1면 1본교 유지가 어려워진 지금 위의 사례는 지역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