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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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예찬
  • 최동철
  • 승인 2016.06.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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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뭐니 뭐니 해도 한 여름 최고의 과일은 단연코 수박이다. 여러 사람이 나눠먹을 수 있는 충분한 크기에 단물로 가득 찬 붉은 속살은 갈증을 순식간에 가시게 한다. 열대나라의 바나나, 잭푸르트는 저리 가라다.

한자로 수과(水瓜), 한과(寒瓜)로도 표현되는 수박의 원산지는 남부아프리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토착화된 역사도 매우 길다. 몽골족이 중국 땅에 세웠던 원나라를 거쳐 고려 때 들어 왔다. 온갖 내정간섭으로 고려왕은 허울뿐이던 시절이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에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귀화하여 고려 사람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 1244~1291)가 처음으로 개성에다 수박을 심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홍다구는 원나라에서 출생하고 성장했다. 할아버지 홍대선과 아버지 홍복원이 조국인 고려를 배반하고 원나라에 투항했기 때문이다. 이들 3대 모두는 원나라의 고려 침략에 길을 안내하는 향도역할을 솔선해 자임했다. 그 후 권력에 기대어 오랫동안 고려를 괴롭혔다.

특히 홍다구는 정도가 심했다. 원나라에 항전했던 삼별초를 멸하고 일본 본토정벌 원정을 위해 군사를 강제징집했다. 물자도 마구 거둬들였다. 고려왕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소불위 힘을 과시했다. 그나마 조국 땅에 수박씨를 심은 것이 악당의 유일한 속죄라 할 수 있다.

수박은 알고 보면 참 경이로운 과일이다. 덩치만큼이나 함유된 성분도 많다. 리코펜이 있다. 토마토, 감, 석류 등과 같은 붉은색을 가진 과일에 들어있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며, 노화방지, 항암효과, 심혈관질환 예방 및 혈당저하 효과를 나타낸다. 토마토보다 한배 이상 많다.

재배역사가 긴만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수박껍질차’가 있다. 수박과 수박껍질에는 이뇨작용이 있어 몸의 부종을 제거하고 현기증을 치료하며 고혈압에도 효과적이다. 수박껍질 말린 것 10g에 물 300㎖의 비율로 만든다.

‘수박장아찌’가 있다. 겉껍질의 하얀 속살을 연한 소금물에 2시간쯤 절인 뒤 물기를 빼고 햇볕에 말린다. 말린 속살을 항아리에 담고 달인 간장을 수박이 잠기도록 붓는다. 속살이 간이 배어 맛이 들면 갖은 양념을 하여 먹는다.

‘수박생채’도 있다. 수박의 겉껍질을 벗겨낸 속살을 얇게 썰어 갖은 양념에 무쳐 만든다. 수박과 씨를 먹으면 이뇨작용을 도와줘 신장병에 효과적이다. 연구에 의하면 탈수증상 예방과 숙취에도 좋다. 관절염에도 좋고 노화 방지와 특히 전립선암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한다.

이런 좋은 과일이 최근 품질저하와 가격하락으로 재배농가들이 힘들다고 한다.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다. 더운 날씨로 수박이 성장을 멈추고 빨리 익어 수확시기가 앞당겨졌다. 달지 않은 수박이 한꺼번에 출하되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몸에 좋은 수박을 먹자.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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