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은 정, 기른 정
상태바
낳은 정, 기른 정
  • 최동철
  • 승인 2016.05.12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4>
세계 굴지 기업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입양아였다. 그가 출세한 뒤, 낳아준 부모의 존재가 알려졌으나 자신이 죽을 때까지도 끝내 찾지 않았다. 그는 회고록에서 ‘나의 양부모님이 1000% 나의 부모님이다. 친부모는 정자와 난자은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국계로 첫 프랑스 장관직에 올랐던 플뢰르 펠르랭도 입양아였다. 태어난 지 사나흘 째 길에 버려지고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양부모의 지극한 정성으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3개 부처 장관직을 수행했다.

그녀는 ‘외모만 한국인일 뿐 모든 것이 프랑스인’이라며 혈육의 의미를 애써 무시했다. 펠르랭의 뒤를 이어 한국계 두 번째 프랑스 장관이 된 장 뱅상 플라세 상원의원도 입양아다. 역시 친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일곱 살 때 프랑스에 입양됐다.

세 사람 모두 낳은 정에선 버림을 받았지만 양육과정에서는 기른 정을 듬뿍 받았다. 모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길러준 부모에 대한 감사함은 지극했다. 펠르랭은 ‘양부모님이 내게 베푼 교육에 많은 은혜를 입었다’는 말로 양육의 고마움을 표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57명의 어린이가 국내외 입양됐다. 국내입양은 683명이었고 미국 등 해외입양은 374명 이었다. 해외입양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어린이 수출국’이라는 오명은 아직 벗지 못하고 있다.

출생률 저하로 인구감소가 나라의 큰 걱정거리이면서도 정작 우리의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혈연을 중시하는 사회통념 상 입양하려는 국내 가정이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부터 입양제도가 있었다.

이른바 ‘양자제도’다. 이 때는 양반사대부 집단 내에 성리학을 기본으로 한 부계 중심의 가족제도였다. 물론 양쪽 집안 간 임의대로 자식을 주고받을 수는 없었다. 집안 제사와 재산 상속 등 장자혈통의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후일 시비를 가름할 일종의 증명이 필요했다.

양쪽 집안의 동의서와 동성동본 또는 다른 성씨일 경우 이성의 보증서를 확인하고, 예조의 좌랑, 정랑, 참의, 참판, 판서의 수결로 결재한 예조입안(禮曹立案)이 그 문서였다. 대체로 아들이 없는 경우 가까운 친족이나 문중내의 혈손을 입양하여 대를 잇곤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필요로 한다. 또 가정의 달 5월에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매년 5월 11일은 ‘입양의 날’로, 그 일주일은 ‘입양주간’으로 제정됐다.

정부는 국내입양가족에게 장려금, 양육수당 등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보은군도 장학금등 정부정책에 더한 지원책을 강구하여 입양가족 숫자 늘리는 군정을 적극 펼치면 어떨까한다. 인구도 늘리고 장차 우수인력을 양육하는 좋은 양부모 역할을 보은군이 해내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