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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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기도
  •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장열
  • 승인 2016.05.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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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신(神)에게 소원을 구하거나 잘못을 고백하는 인간의 간절한 행동이다. 그 방법은 혼자서 조용히 묵도를 하거나 혹은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 내어 서원을 말하는 등 여러 형태를 띤다. 기도 중에는 신에 대한 겸손과 복종의 자세로서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고 또는 합장하는 등의 외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도할 때 눈을 감는 것은 정신집중을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하겠다.
어릴 때 어머님이 달(月)이나 명산대천 같은 자연물이나 조상들께 자식들의 복(福)이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을 ‘빌기’라고 했다. 제사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도 신에 대한 섬김의 표현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 고초를 당할 때는 ‘비(雨)빌기’, 복을 구할 때는 ‘복(福)빌기’였다. 조상제사의 마지막에 받는 ‘음복주’를 생각해 볼 때 그 앞의 제사행위는 ‘복(福)빌기’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기도하는 자의 마음은 맑고 밝고, 깨끗하고 정직해야 하며 기도내용은 지극정성이어야 한다. 비는 마음은 이기적일 수가 있지만 남을 잘못되게 까지 하면서 자기 이익만 차리려는 ‘빌기’는 아니었다. 빌기를 할 때 차려놓는 제물은 빈손으로 신에게 가서 자꾸 뭘 달라고 하는 것을 염치없는 짓같이 생각한 소박한 인간적인 생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주의 기도’라는 것이 있다. 이는 지극한 정성으로 신께 갈구하는 마음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다. 살다보면 미운자도, 심지어 원수까지도 만날 수 있다. 미운 자에게 저주를 퍼붓는 행위는 각국의 토속적인 풍습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남을 못되게 하는 저주가 사랑이 많다는 종교에서 기도로서 나타나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내가 잘 아는 분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다. 금년에 일흔도 넘은 그 분은 아주 선량한 사람이다. 신앙심이 깊은 그는 오랫동안 개신교의 어느 특별한 계파에 속하는 교회에 나가다가 어느 때부터는 그 교회에서 떨어져나간 더 특수한 무슨 개혁파로 이적을 했다. 그 이유는 그곳이 ‘진리교회’로 믿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진리교회’(?)에서 선교부장으로 전국 각 지역교당 건설에 온몸과 돈을 바쳐 헌신하였고 심지어는 자기가 사는 집까지도 그 교당에 바쳤다고 한다. 그 후 깨달음을 얻고 다시 새로운 개혁파로 파로 이적을 한 후 생각해보니 이전교회에서 속았던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그래서 “다른 것은 몰라도 아직 살고 있는 자기 집과 땅에 대해서는 등기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항의를 받은 그 교회의 대부인 목사는 재산을 되돌려 주겠다고 각서까지 써 주었다. 그러나 교회 측이 차일피일 미루고 재산을 돌려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때부터 교회 교인들이 10여명씩 떼를 지어 수시로 집으로 몰려와서 큰 소리로 쌍스런 욕까지 섞어가며 이상한 기도(‘저주의 기도’)를 하더란다.
폐일언하고 그 ‘저주의 기도’가 통했는지 재판 결과는 재산 양도서에 찍힌 도장이 진품이라는 이유로 이분의 패소였다. 이분은 살던 자기 집에서 쫒겨났고 명예훼손 혐의로 300만원 벌금까지 물었다고 했다.
아직 어떤 특정종교에도 빠져보지 못한 ‘신앙심 없는’ 나다. 정녕 인간사회에 필요한 신은 공명정대하며 정직하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존재이다. 말없이 조용하면서도 우주를 통제하고 아름다운 인간사회를 만드는 그러한 신 말이다. 각 종교, 심지어 무속(무교)에서 존숭하는 신들 까지도 인간과 똑같이 희노애락과 분노를 표출하는 신인 것을 보면 모두 똑 같은 부류같다. 자기가 믿는 신이 최고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불쌍하게만 보인다. 각자의 행위에는 상관없이 자기를 섬긴다고 구제해주고 안 섬긴다고 버리는 신이야말로 인귀(人鬼)와 같은 ‘패거리 신’일뿐 우주의 절대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또한 변호사라는 직업도 자신의 사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양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의 가장 큰 ‘악의 재생산직’이 되고 만다. 역시 내 생각일 뿐이다.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장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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