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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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최동철
  • 승인 2016.04.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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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사철가’의 시작부분이다. 전체 가사내용은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햇수로 3년째 암 투병 중인 모 영감은 고통스럽다는 암치료를 받기위해 오늘 또 다시 입원했다. 얼마 전 그는 일흔여덟 살로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과 치료통증을 참을 수 없어 ‘치료 중단’을 의사에게 통보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고 한다.

헌데 ‘조금 좋아졌다’며 ‘병실이 나면 입원치료를 계속하자’는 의사의 권유에 그만 ‘치료중단’이란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은 게 인간이 가진 기본적 욕망이다.

1900년대 이후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백 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 ‘백세인생’이란 노래가 유행하듯 수명이 두 배를 넘었다. WHO의 발표에 따르면 인간의 기대연수는 1900년엔 31세, 1950년에는 48세였고, 2010년에는 67.2세로 늘었다. 고령화시대가 된 것이다.

새로운 문제도 생겼다. 수명은 늘었지만 연명치료가 많다는데 있다. 현대인 대부분은 암 등 질병으로 죽는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70대 연령에서 가장 많이 죽었다. 이 중 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34.4%에 달했다. 일흔아홉 살을 넘기면 백 살까지 살수 있다는 말도 예서 생겨났다.

결국 70대 남성 대부분은 연명치료를 위해 수년간 병수발을 받다가 임종을 맞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사철가’에도 ‘인생이 모도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는 내용이 있다.

2014년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책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책이 있다. 인도계 하버드 출신 외과의인 아툴 가완디가 저자다. 그는 ‘수명이 늘어났지만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며 ‘어떤 죽음을 선택해 죽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안락사가 있다. 가장 쉽다. ‘감히 범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의 죽음 즉, 존엄사(尊嚴死)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웰다잉법’이란 이름으로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적이나마 인정한 것이다.

임종 시까지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는다. 가능하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여행과 문화도 즐긴다. 사후 장기 기증을 한다면 다른 불행한 사람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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