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앙갚음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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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앙갚음의 정치판
  • 최동철
  • 승인 2016.03.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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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코앞인 요즘, 각종 ‘궤변’과 온갖 추측성 ‘말 말 말’이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이 사실여부는 물론 출처조차 불분명한 내용들이다. 가장 많이 입방아를 찧는 건 ‘배신과 앙갚음의 정치’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한 정상혁 보은군수나 탈당한 김인수 충북도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 ‘배신의 정치’라거나 ‘차기 군수의 공천 밀약 설’ 등이 그것들이다. 두 사람이 특히 회자되는 것은 엇비슷한 정치역정에 ‘내로라’하는 정치적 상관관계 때문이다.

둘 다 이용희, 박덕흠과 얽히고설킨 관계에 있다. 차기 군수선거에서 대척점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 군수는 본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당적으로 6대 충북도의원을 지냈다. 2010년 군수선거 때는 자유선진당에 전격 입당, 당선됐다. 그 후 민주당으로 옮겼으나 ‘기초단체장 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며 탈당했다. 2014년에 무소속 재선한 뒤 이번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이다.

김 의원은 2, 3대 보은군의원을 지냈다.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8대 충북도의원이 됐고, 2008년 이용희 등과 함께 자유선진당으로 집단 이적했다. 그 이듬해에는 단독 탈당하여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그 후 10대 충북도의원에 당선됐고 얼마 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두 사람의 이런 정치적 행보가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배신이란 상대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 상대가 먼저 ‘신의’를 저버렸기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어느 한쪽의 말만 들으면 상대는 무조건 배신자다.

요즘 들어 부쩍 회자되는 ‘배신의 정치’란 어휘는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하고 나서 부터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했다며 총선에서 “심판해 달라”는 발언을 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정치적으로 (나를)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일부가 총선 때는 자신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온갖 약속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을 ‘배신’했다는 뜻이며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배신의 정치’의 당사자로 꼽힌 이들 중 일부는 되레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더하여 공천경선에서도 뽑아 달라는 추천 후보보다 뽑지 말아 달라는 후보가 이기는 경우가 속속 나타났다. 이해 당사자가 아무리 ‘배신의 정치’ 운운해도 현명한 국민은 호락호락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정, 김 두 사람의 정치 행보도 ‘배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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