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부리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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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부리는 곰
  • 최동철
  • 승인 2016.03.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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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됐다. 1개 선거구는 최소 14만 명 이상, 최대 28만 명 이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인구수 편차의 기준이 적용됐다. 선거구 간 넓고 좁음의 지역편차는 무시됐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즉 농촌지역의 특수성도 아예 배제됐다.

하한인구 기준, 14만 명에서 3,000여 명 모자랐던 보은ㆍ옥천ㆍ영동 이른바 남부3군 선거구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다만 중부4군 선거구(증평ㆍ진천ㆍ괴산ㆍ음성)에서 괴산을 떼다 붙임으로써 ‘남부4군 선거구’로 존속하게 됐다. 괴산군 인구수는 3만 8천여 명이다.

괴산군민은 반발하고 있다. 4·13 총선 투표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마저 있을 정도다. 괴산군과 남부3군은 충청도와 경상도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생활권과 경제권도 달라 주민 정서도 다르다는 게 통합 거부 이유다.

아마 남부3군 주민 대부분도 수긍할 내용들이다. 실제 괴산군은 남부 3군 중 보은군의 북부지역과 2.5킬로미터 정도 접경되어 있다. 그마저 높은 산이 가로막아 보은과 괴산을 직접 잇는 시외버스조차 아직 없을 정도로 교통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사유 등으로 괴산군의 한 사회단체 지도자는 공직선거법과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나타난 인구수 외의 선거구 획정 기준을 무시한 채 선거구를 멋대로 재단했다며 ‘게리맨더링’이라고 주장했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란 선거 시 자신의 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멋대로 분할하거나 결합시켜 선거구를 정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 Gerry)의 1812년 선거구 획정이 그 효시다. 당시 공화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새로 획정한 선거구도 자연적인 형태나 문화ㆍ관습을 무시하고 이상야릇한 모양으로 선긋기가 됐다.

지역신문기자가 그것을 불속에서도 산다는 도롱뇽(살라맨더, salamander)에 빗대 비판했고 게리주지사의 이름과 합성하여 게리맨더(Gerrymander)라는 말이 생겼다. 그 선거에서 공화당은 5만 164표로 29명의 당선자를 냈다. 반면 야당은 5만 1,766표나 얻고도 고작 11명의 당선자밖에 내지 못했다.

어쨌거나 보은군민 입장에서도 괴산군이 합해진 남부 4군 선거구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 남부 3군에 속했을 때도 보은 출신의 큰 정치인을 배출하기가 난망했었다. 어준선 제15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4대째 타 군 출신 인물에게 권한을 위임해 국회로 보내야 했다.

어찌 보면 ‘재주부리는 곰’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제 남부 4군이 됐으니 향토인 출신 국회의원 배출은 더욱 요원해졌다. 그래도 곰 노릇을 그만두게 할 위인의 출현을 손꼽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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