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와 닭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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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닭의 수난시대
  • 최동철
  • 승인 2016.02.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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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탄부면 주변 도로 곳곳에는 ‘보은군 축산업 협의회’ 이름으로 ‘오리농장’ 신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AI(조류독감) 청정지역, 오리농장 결사반대’라든가 ‘전국에 종(오리)공급 오리농장, 방역은 누가하나’ 등등 읽기에도 현란한 내용들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니! 오리는 축산업에 속하지 않는가?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주로 길렀던 가축인데 왜 축산업 협의회에서 반대를 할까? 등등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일반인 시각에서는 당연히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현수막의 실 주체는 ‘보은군 양계협회’로 알려진다.

보은군과 인접한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에서는 오리가 아닌 닭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지역주민들과 원정 온 보은군 삼승면 이장단이 힘을 합해 ‘종계농장’신축을 반대하고 있다. 지하수 고갈, 상수원 오염, 악취 등 예상되는 피해를 주장하며 반대집회를 열었다.

기실, 오리와 닭은 인류의 문명과 같이할 만큼 오래된 가축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오리를 우리말로 오리·올이·올히로 불렀으며, 한자로는 압(鴨)이라 했다. 집오리는 원래 야생인 청둥오리를 중국에서 가금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19세기 중엽, 조선의 학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류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신라와 고려에도 오리가 있었다. 특히 고려 때는 싸움오리(高麗鬪鴨)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에도 닭과 오리는 가축이어서 잘 날 수 없다는 등이 설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닭보다 오리모양 토기가 유물로 많이 발굴됐다. 새에 대한 신앙의 표현 때문 이라고 한다. 특히 오리는 물새로서 청결하고 인간이 넘나들 수 없는 깊고 넓은 물을 건너 세계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영혼의 전달자로서 상징됐다는 것이다.

닭 역시 가금의 역사가 매우 길다. 약 4천 년 전에 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 등지에서 야생 닭을 길들여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도 서기전 6, 7세기경부터 사육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경주김씨 시조, 김알지의 탄생이 닭의 울음소리로 전해졌다는 설화가 실려 있다. 그 숲은 계림(鷄林)이 됐고 한 때 신라의 이름이기도 했다. 닭은 이만치 사람들의 고귀한 상징이었고 또한 친밀한 관계였다.

헌데 수년전부터 소비시장에서는 여전히 식도락가의 사랑을 받는 한편 사육시설은 홀대받는 상황으로 변환됐다. 상업적 이익만을 위한 공장식 대규모 사육시설에서 비롯되는 환경오염이 문제가 됐다. 조류독감은 더 큰 문제로 대두됐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 오리와 닭의 사육은 엄연한 축산이다. 농촌에서 농장신축을 거부할 명분은 그다지 없다. 보은군은 조류독감의 전파경로에서 벗어난 청정지역이다. 따라서 농장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현명한 지혜가 절실하다. 어쨌든 오리와 닭의 이율배반적 수난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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