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당나귀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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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당나귀가 주는 교훈
  • 최동철
  • 승인 2016.01.2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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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내륙에서 암염(巖鹽)을 캐내어 여러 곳에 파는 소금상인에게 두 마리의 당나귀가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다소곳하고 주인 말에 순종하는 편이었다. 다른 한 마리는 나귀답게 고집스럽고 자기주장이 강해 주인말도 못들은 척하기 일쑤였다.

무거운 소금을 짊어진 나귀들과 주인은 산간지역 구석구석을 힘들게 다녀야만 했다. 험난한 지역일수록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도 힘이 든 주인의 꿈은 늘 상 입지가 좋은 바닷가를 찾게 되면 그곳에 염전을 할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바닷가를 찾기 위해 먼 여정을 택했다. 두 당나귀는 무거운 소금을 등에 진 채였기 때문에 지칠 만큼 걸어야 했다. 그러나 드디어 오랫동안의 고생한 보람 덕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염전 터를 찾은 주인은 기쁜 나머지 바닷물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무거운 소금을 진 당나귀들에게도 바닷물에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주인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던 당나귀는 첨벙하고 얼른 물에 뛰어들었다.

등에 졌던 무거운 소금은 이내 물에 녹아 사라졌다. 주인 말에 따라 맛을 본 바닷물은 매우 짠 소금물이었다. 그제야 이제 고생을 덜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바닷가에 땀 흘리며 무거운 소금을 진채 우두커니 서있는 당나귀에게도 들어오라고 불렀다.

하지만 주인의 말조차 잘 듣지 않고 제 고집만을 우선했던 그 당나귀가 동료의 말을 들어줄리 있겠는가. 그저 어리석게도 힘들게 서있을 뿐이었다. 급기야 화가 치민 주인은 채찍을 휘둘렀다. 물론 주인을 믿고 말잘 들은 당나귀에게는 당근이 주어졌다.

소통에 있어 제일 처음 할 일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먼저 잘 들어야 대화할 수 있다. 들은 뒤라야 문제를 알 수 있고 해결책을 강구할 수가 있다. 듣지 않고 제 주장만을 먼저 내세운다면 그건 소통하자는 것이 아니라 강요에 다름 아닌 강박일 뿐이다.

정상혁 보은군수가 지난 12일부터 열흘간 일정으로 군내 11개 읍면을 순방하며 읍·면정 보고를 받고 있다. 올 순방형태는 읍·면장이 먼저 현안보고를 한 뒤 군수가 직접 군정 추진 방침에 대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는 보은군의회 의장 및 군의원과 지역의 기관단체장 그리고 해당 지역 내 이장 및 일부 주민들이 참석한다. 군이 이번 순방을 통해 군민과의 소통으로 군민 역량을 결집시킨다는 계획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 주민들이 서넛 모이는 장소에 가면 ‘칭찬’보다 ‘질타’의 목소리가 잦게 들린다. 주민의 의견에 귀 기울여 지혜를 모으기는커녕 시종일관 자기주장과 자화자찬만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잘해보자’는 연두순방이 자칫 ‘채찍 맞은 당나귀’ 꼴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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