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마저 운에 맡기는 ‘추첨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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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마저 운에 맡기는 ‘추첨세상’
  • 나기홍 기자
  • 승인 2015.12.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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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 '추첨'을 벗어날 수 없다.
당첨되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기회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능력과 실력보다 '운'이 결과를 좌우하는 황당한 상황이 씁쓸하다. 공정함에 가려진 추첨의 명암에 울기도 웃기도 한다.
요즘은 군대 가기도 힘들다.
'입대 경쟁'은 웬만한 입시경쟁 못지않을 만큼 치열하다. 의무경찰(의경) 추첨 선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이달부터 의경 선발 절차 가운데 최종 단계를 면접 방식에서 무작위 공개추첨 방식으로 바꿨다.
지원자가 워낙 많다보니 선발을 끝내고나면 곳곳에서 비리를 의심하는 뒷말이 쏟아져 나오고, 면접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의경 입대 추첨 경쟁률은 지역에 따라 10대 1을 넘기기도 한다.
다른 곳도 들어가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입대 기준으로 해군 일반병은 5.3대 1, 해병대는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육군 102보충대로 입영하는 전투병은 최전방에서 복무해야 함에도 3.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추첨은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에서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왠지 서글프다.
보은군이 동계 근로활동 학생 50명을 모집했다.
동계 학생근로활동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건전한 직장과 사회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방학기간을 이용해 하계학생근로활동과 동계학생근로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2회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학생이나 고교졸업예정자들은 각종서류를 갖추어 신청을 하게 된다.
여기에 선발되면 21일간 보은군청 각 부서와 읍.면사무소에 21일간 근무하게 되며 일일 49,000원의 급여를 받아 1백 2만 9천원을 벌수 있다.
이 돈은 대학등록금, 혹은 기숙사비등 학업에 쓸 수도 있고 가계에 보탤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경쟁은 치열하다.
50명을 선발하는 이번 2016년도 동계 학생근로활동에는 모두 175명이 신청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국가유공자등 33명을 우선 선발했다.
여기에서 빠진 142명은 17자리를 두고 추첨해 결정했다. 10대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이다.
운 좋은 17명을 뺀 나머지 125명은 탈락했다. 스스로 뽑은 것이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추첨이라는 공정한 수단에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운다. 이것이 추첨의 명암이다.
보은군의 관계자는 “전에는 학생근로활동을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선발했지만 공정성 시비가 계속해서 일어났었다”며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우선선발자 외에는 추첨을 하게 됐는데 이후에는 공정성시비가 사라졌다”고 추첨의 사유를 말했다.
도시지역에서는 유치원입학에서도 추첨을 이용한다.
여기서 자녀를 국공립유치원을 보내느냐 사립유치원을 보내느냐가 결정된다.
국공립 유치원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다. 반면 사립 유치원(어린이집)은 한 달 평균 20만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추첨 결과에 따라 1년에 200만~300만원의 비용부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추첨에 목을 맨다.
추첨은 이외에도 아파트 호수배정, 공공근로, 고교입학 학교배정 등 사회 곳곳에서 성행한다.
이처럼 추첨이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것은 특혜시비를 없애고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데에 기초하지만 능력과 노력이 배제된 채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왠지 허전하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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