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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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미덕
  • 최동철
  • 승인 2015.12.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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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독실한 칼럼독자인데 다만 정상혁 군수님을 비판하는 내용이 너무 자주 실리는 것 같아서 그것만 좀 줄여주시면…” 어느 송년모임에서 지역의 한 지도층 인사가 은근히 내게 면박을 주었다. 헌데 주변인들이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라 그런지 그냥 그쯤에서 흐지부지 일단락됐다.

국가건, 사회건 공동체를 꾸려 나감에 있어 ‘세 분의 미덕’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세 분이란 바로 직분(職分), 본분(本分), 안분(安分)을 의미한다.

직분이란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보은군 공직자는 군의 이익과 군민의 행복에 무조건 기여해야만 한다.

본분이란 사람 뿐 만아니라 천지간 모든 만물이 마땅히 해야 할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말한다. 사계절이 순행하고 제 때 비 내리고, 바람이 부는 건 대자연이 본분을 다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도 각자의 본분이란 게 있다.

안분이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는 삶의 자세를 말한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듯’ 편안하게 제 분수를 지키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아는 태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늘 상 그렇듯 도 넘은 언행이 화를 부르고, 과욕은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세 분 중 특히 ‘본분’은 인간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친다. 고려시대 자료에도 자녀들에게 각 자의 본분을 다하도록 교육시킨 허(許)씨 부인 얘기가 실려 있다. 열네 살에 시집와 마흔일곱 살 때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 불교에 귀의, 비구니가 됐다.

그녀가 속가에서 어머니가 됐을 때 어린 자녀들에게 "남자는 삼가고 경계하지 않으면 음험하고 부정하게 되어 쓸모없게 되며, 여자가 삼가고 경계하지 않으면 도리에 벗어나고 편벽된 곳으로 스스로 쏠리게 된다"고 본분의 중요성을 각자 마땅한 업(業)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본분이란 ‘역할답게’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세상을 사는 누구나 나름 정해진 자신의 역할이 있다.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는 말마따나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제 본분을 다한다면 제대로 된 세상일 것이다.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사회는 제대로 굴러간다. 공동체인 자치단체도 구성원 개개인이 개성과 재능을 살린 각자의 본분을 다한다면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보은군수는 선출 당시 자신이 내걸었던 지역발전 공약의 완성을 위해 직분과 본분을 다하면 된다. 군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게 군수의 역할이다. 언론은 군수가 제 역할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군민독자를 대신해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비판하는 게 직분이자 본분이다. 군수가 직분과 본분에서 벗어나거나 안분하지 못한 공적활동에 대한 비판은 그래서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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