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유감(世代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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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유감(世代有感)
  • 최동철
  • 승인 2015.11.0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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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본텔레비전 드라마 ‘리갈 하이’에서는 세대 간 갈등 장면이 적나라하게 비춰진 적이 있다. 한 젊은이가 지하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앞에는 연로한 노인이 줄 곧 서 있다. 보다 못한 한 여성이 젊은이에게 ‘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며 비판한다.

그러자 젊은이는 ‘겉으로는 노인이지만 복장 등을 보면 스포츠를 즐기는 매우 건강한 사람, 즉 노약자가 아니기에 양보하지 않았다’고 유창한 논리로 항변한다. 이에 젊은이를 비난했던 여성은 오히려 무안해 지고 마는 장면이다.

요즘 인터넷을 둘러보면 젊은 세대의 노인들에 대한 불만이 심화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한 블로거는 ‘시대가 바뀐 줄도 모르고 조선시대 효 사상을 당연시하는 어른 아닌 노인만 많아져서 문제’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점잖은 어른이나 어르신답게 행동하지 않고 그냥 나이만 많은 노인들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즉, 자리양보는 법이 아니고 상대에 대한 예우와 양보, 배려라는 미덕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을 마치 법처럼 내세운다는 것이다.

지하철의 노약자석은 ‘노인 전용석’만이 아니고 임산부, 신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좌석인데 무임승차 하면서 이러한 것은 아랑곳 않는 노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 노력과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먹고 살만해졌다고 대우받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이란 어른이나 어르신이라서가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배려의 대상인 노약자여서 양보로서 대접해 줄뿐이란 주장들을 편다. 즉, ‘어린놈의 자식이 어른이 힘들게 서 계시는데 양보도 안 해. 뉘 집 자식인지 자식교육을 정말 엉망으로 받은 놈이 구나’라고 호통만을 친다면 ‘어르신이면 어르신답게 행동해야 합당한 대접을 해 드리지’라는 허무맹랑한 답변만이 돌아올 뿐 이라는 것이다.

한 젊은이는 ‘사회전반에서 노인을 공경하는 태도가 줄어든 것은 젊은이들 버릇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사회변화의 속도가 노인이 자랑하던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기 십년 전만해도 자식이 부모더러 ‘아빠가 뭘 알아’와 같은 말은 할 수가 없었다. 헌데 요즘은 젊은이가 노인들에게 그렇게 말들을 한다. 자식의 학력이 부모보다 높아지는 ‘지식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사회가 크게 변화한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사회곳곳에선 세대갈등이 표면화되곤 한다. 권위에 대한 예우를 요구하는 노인과 시대착오적 경험을 배척하는 젊은 세대 간 의견대립이다. 호통만 치면 다되는 세태는 진정 아닐 성 싶다. 잘못하다간 ‘존경’과 ‘배려’마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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