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지 못하는 구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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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지 못하는 구슬만 있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5.09.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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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20회 오장환문학제의 일환으로 문학기행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보은 회인출신 오장환 시인을 기리며 그의 문학성에 대한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추진된 행사인 만큼 200여명의 전국 문인 및 대학생들이 참가했다.
문학기행에 참여한 일행은 18일 오전 오장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회인면 중앙리에 모여 오장환문학제 추진위원장을 맡은 송찬호 시인과 함께 문학관 및 생가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답사를 시작했다.
오장환 문학관을 떠나 인근 대청호에 조성된 보은군 회남면 출신 김사인 시인의 시비와 고향마을을 답사하면서 수몰민에 대한 애환과 깊어가는 가을빛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아쉬운 발길을 뒤로 하고 대청호를 벗어나 99칸 한옥으로 유명한 선병국 가옥으로 발길을 옮겼다. 선병국 가옥 인근 한옥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99칸 선병국 가옥 사랑채 대청마루에 앉아 선씨 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황석영 소설의 ‘여울물소리’ 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국악명창과 함께하는 우리가락에 빠져 흐르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선병국 가옥을 나온 일행은 서원계곡을 따라 말티재 정상에 도착했다. 사실 주최측도 망설였던 말티재를 걸어서 내려간다는 계획에 설왕설래 했지만 강행된 프로그램이었다. 말티재 정상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말티재를 걸어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빛이 시작된 주변 풍광을 즐기며 걷는 모습은 문학기행의 진수를 보는 듯 했다. 다섯구비 정도 내려왔을까 멀리 보이는 시야에 삼년산성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다니던 때에는 볼 수 없었던 풍광들이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나이가 연로한 분들도 힘들지 않게 걷는 모습을 보고 힘들고 위험할 것이라고 설왕설래 했던 주최측의 기우는 말끔히 사라지고 있었다.
말티재 12굽이를 걸어서 내려왔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버스에 탑승한 기행팀은 문학강연이 펼쳐지는 보은문화원 시청각실에 도착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문학기행으로 피곤이 몰려올 시간이었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김사인 시인 초청 문학강연을 통해 이번 문학기행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오장환문학제의 문학기행은 처음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보은출신 오장환 시인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오장환 시인을 통해 보은의 자연환경은 물론 문화재를 알리는 효과를 거두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말티재를 걸으면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이 이번 문학기행을 지역의 문화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번 오장환문학제 문학기행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보은은 내세울 만한 문화관광 상품은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문화관광에 대한 자원은 많은데 활용할 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구슬은 있지만 꾀지 못하는 구슬만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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