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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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소고(小考)
  • 최동철
  • 승인 2015.09.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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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나서보면 확연히 가을 냄새가 풍기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런 만큼 수확을 앞둔 농부들의 몸과 마음도 바빠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보다 터지게 달린 대추가 풍년을 예고하는 전령사처럼 느껴진다. 머잖아 대추축제가 열리게 된다. 올해도 여지없이 지역을 찾는 외래 방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본래 가을은 끝과 시작의 계절이다. 한해살이식물은 봄에 싹이 나서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은 뒤 시들어 죽는다. 여러해살이식물도 죽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이 열매와 잎사귀를 떨구고 몸을 단단히 움 추린다.

동물군도 마찬가지다. 다가올 추위에 대비해 털갈이를 하고 몸에 영양분을 충분히 비축한다. 오곡백과 풍성하니 말이 살찌듯 모든 생물은 포동포동하다. 한해 땀 흘린 농부 또한 농사를 마무리한다. 노력의 대가를 보상받는 결실의 계절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년 봄에 싹 트일 열매는 이미 내부 깊숙한 곳에서 태동하고 있다. 농부는 내년 농사를 위해 전정을 하고 거름을 낸다. 끝남은 곧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인 것이다.

가을은 풍요의 여신이 따뜻함을 전하는 계절이다. 야박했던 인심도 이 때쯤이면 곳간이 넘쳐나니 인정마저 흘러넘친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이 서로 치받던 정상배와 모리배들조차 이제는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1991년 9월 17일은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가을날이다. 이전까지 남북한은 국가로 인정치 않고 반목과 대립의 구도만 있었다. 이후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여 평화통일과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시작점이 됐다.

당시 분단국으로서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기위해서는 다소 복잡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중에서 반대가 나오지 않아야 하고 총회에서 찬성표를 얻어야 했다.

그러던 차에 1990년 적대국이던 소련과 외교관계를 맺게 됐다. 소련은 만일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겠다면 반대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중국만 설득하면 대한민국 단독으로 유엔 가입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듬해 가을, 궁지에 몰린 북한은 오랫동안 반대해 왔던 동시 가입을 받아들였다. 비로소 유엔 광장에 국기를 게양하게 된 정식 국가가 됐다. 이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가을은 풍요로움과 화합의 계절이지만 대기에 찬 기운이 가득해 질 때다. 이제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고 살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이 가을에는 마음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더욱 풍성한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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