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성묘가 주는 단상(斷想)
상태바
벌초·성묘가 주는 단상(斷想)
  • 최동철
  • 승인 2015.09.10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중 최대 명절인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주말만 되면 뫼 벌초 하느라 윙윙대는 예초기 소리로 산자락마다 요란하다. ‘추석 전에 벌초를 안 하면 조상 영혼이 명절 차례 상에 덤불을 뒤집어쓰고 온다’는 제주도 속담의 의미처럼 효를 실천하고 있음을 사방팔방에 과시하는 듯하다.

자료에 따르면 성묘는 봄과 가을에 묘를 손질하는 것으로 진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가 당나라 이후에 봄의 성묘는 한식, 가을의 성묘는 음력 10월 1일로 정착됐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미뤄 생각된다.

조선시대에는 한식날 종묘와 각 능원(陵園)에 제향하고,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술과 과일을 마련하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했다. 만일 무덤이 헐었으면 잔디를 다시 입히는데 개사초(改莎草)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변천사를 보면, 설날에는 차례만, 한식에는 개사초와 성묘, 추석에는 벌초와 차례, 성묘를 그리고 10월에는 4대 이상의 조상에 대한 묘제가 각각 행해져왔다. 우리나라 성씨, 씨족 별 시제도 대부분 10월에 치러진다.

가까운 일본의 성묘문화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과 추분의 전후 3일간씩을 히간(彼岸)이라 부르고 성묘를 한다. 또 매년 양력 8월15일 즈음을 ‘오봉’이라하는데 추석명절인 셈이다.

피안은 원래 불교용어인데 춘분과 추분 즈음의 해가 질 때가 극락정토로 가는 길이 열리는 시기로 본다. 일본은 대부분 화장을 한 뒤 유골을 집안에 안치했다가 49재가 끝나면 집 근처 가까운 사찰의 묘지에 안치한다.

우리처럼 산소가 아니기에 잡초를 뽑거나 예초하지 않는다. 그저 묘비를 물로 닦아 내는 등 주변만을 깨끗하게 할 뿐이다. 초와 향과 꽃을 새 것으로 바꿔 놓는 정도가 대부분의 성묘절차다.

유럽이나 미국의 성묘문화도 비슷하다. 묘지입구 양편에는 꽃과 초를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꽃은 얼마 후 곧 시들어버리고 양초 역시 금방 타버린다. 묘지와 집이 가까운 인근에 있어 이내 다시 묘지를 찾아 꽃을 헌화한다. 고인을 향한 진심이 그대로 묻어있다.

우리나라 일부 뫼는 조화로 단장되어 있다. 몇 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는다. 마치 장사지낸 이들이 조만간 찾지 않겠다는 표식인 것만 같다. 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연평균 성묘 횟수는 일본 8회, 미국 14회, 유럽 등이 10회 이상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1.5회를 밑돈단다. 현 세태로 볼 때 이맘 때 만 되면 너도나도 질세라 줄 잇는 벌초·성묘보다 ‘살아있을 때 효도하라’는 옛 성현의 말이 다시금 귓전을 맴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