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내면의 양식을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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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내면의 양식을 쌓자
  • 최동철
  • 승인 2015.09.0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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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나이가 쉰네 살이 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란 프랑스 작가가 가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더욱 절찬리에 읽혔던 ‘개미’ ‘타나토노트’ ‘신(神)’ 등 소설을 썼다. 그가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란 작품을 통해 ‘앙리 라보리’란 인물을 소개했다.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에서는 정어리 통조림 공장의 ‘쥐잡기 에피소드’가 픽션으로 나온다. 즉, 살아있는 쥐의 똥구멍을 굵은 말총으로 꿰매어 버리면 쥐는 배변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계속 먹는다. 그러다 결국 터질 듯 부른 배의 고통과 분노 때문에 미치광이처럼 된다.

그러면 그 쥐는 작은 야수와도 같은 무시무시한 존재로 변하여 다른 쥐들을 물어뜯고 쫓아낼 것이란 그럴듯한 논리다. 그리고 똥구멍을 꿰매는 추저분한 일을 한 여공이 자원하고 나섬으로써 다른 여공들로부터 질시 속 배척을 받는 내용이다.

앙리 라보리(Henry Laborit 1914~1995)는 프랑스출신의 외과의사 이자 동물행동심리학자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통치하던 시절 하노이에서 출생했다. 그 후 베트남의 독립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참전했고 동면치료법(冬眠治療法)을 창안해 냈다.

이런 그가 ‘도피예찬’과 ‘내 미국 삼촌’이란 저서를 남겼다. ‘내 미국 삼촌’은 1980년 영화로도 제작되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세계 100대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됐다. ‘도피예찬’은 시련에 직면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뿐인데 그 중 ‘도망’이나 ‘회피’도 괜찮다는 논리를 편다.

즉, 우리에게 시련이 주어지면 첫째로 그 시련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 있다. 가장 자연스런 태도다. 받은 공격이나 피해만큼 반격이나 손해를 주고 또는 보상을 받아낸다. 정신 신체 의학적 손상이 없다. 다만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더 강한 상대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억울하고 분해도 꾹꾹 눌러 참는다. 들이박고 싶지만 주위 시선, 반격에 대한 두려움 등 번거로움을 빌미삼아 그냥 참아낸다. 현대에 만연되어 있는 사회풍조다.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 고혈압, 신경통 등 정신 신체 질병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도피다. 세 가지로 세분되는데 술, 담배, 마약, 안정제 등을 이용해 잠시나마 시련의 고통을 이겨내는 부류가 있다. 반복되면 현실 감각을 약화시켜 사회 부적응 자가 된다. 끊임없이 이주하는 지리적 도피행각도 있다. 직장, 친구, 연인, 생활 장소 등으로부터 자주 옮김으로써 직접적 문제를 회피한다.

예술적 도피도 있다. 시련에서 비롯된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해 외부로 표출시킨다.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여하튼 도피는 다른 이들에게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다. 출구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주장이다.

가을이다. 세상사, 지혜의 대부분은 책에서 얻을 수 있다. 내면의 양식을 가득 쌓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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