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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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가
  •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장열
  • 승인 2015.09.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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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길게 느껴진 여름이었다. 유례가 없는 가뭄에다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려 짜증나게 했다. 비도 내리지 않는 호수의 가장자리는 하이타이세제가 말라 붙은듯 비참하고, 엉성한 바닥까지 들어났다. 여름 무더위는 하늘에서 영감할마이(영감과 할머니)가 싸우느라고 요란하게 ‘농 구부리는’(농을 굴리는) 소리를 내며 불칼(번개)이 여기저기 번득이고 때려 부수면서 하늘 물 양동이를 쏟아 붓고 해야 살맛이 나건만, 금년은 그런 것도 별로 없었다. 기우제도 지낼 줄 모르는 버릇 없는 ‘무탄트’들을 질책하는 천심의 표현인지 하늘도 비를 내려주지 않았다. 다만 지나가던 태풍손님이 몇 그릇의 물을 쏟아주고 갔을 뿐이다.

도덕도 정의도 없는 사회에서 끈적이는 무더위가 나를 짜증나게 하였다. 무법천지에서 활개 치는 뭇 군상들의 행태들이 싫었다. 노동보다 수입이 훨씬 낫다는 ‘데모벌이’ 떼군상들 때문이다. 지난 24일 대법원의 판결로 2년 징역실형이 확정되어 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한명숙씨의 낯두꺼운 행태 역시 그런 부류와 괘를 같이하고 있다. 저런 사람이 노무현정권때 총리를 지냈다니 참으로 실망스럽다. 9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되자 5년 동안이나 법정투쟁쑈를 벌이면서 3년동안 엄청난 의원세비까지 받아챙긴 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간 법원이 시간을 끌어온 봐주기 재판도 문제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녀가 수감되기 직전, 상복에 백합을 들고 나타나서는 “사법정의는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으로 상복을 입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는 코미디극이다. 게다가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명숙의 구속수감에 대해 “분명한 정치탄압”이라고 했다니 더욱 가관이다. 삼권분립 제도 하에서 정부가 법원에 지시라도 해서 판결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만약 한명숙씨의 주장과 그 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과연 판결에 승복하고 가만이 있었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사기꾼들과 다를 바가 뭐 있겠는가? 언제부터 또 누구에 의해서 이렇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법원 판결까지도 부정하는 풍조가 생겨났는가?
수학여행 놀이를 가다가 배가 파선하여 죽은 학생들을 두고 대통령 책임이라느니 하며 온 나라를 시끄럽게 선동해왔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국방의무수행을 위해 전장에서 순국한 군인들의 보상금보다도 엄청나게 더 많은 사망자 1인당 1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하게 했던 그들 당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가진 파당이 정권을 잡는 날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양다리 걸친 여당의 당대표를 위시한 의원들도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는 없다.

지난해 여름은 한분뿐인 나의 형님을 데리고 가 버렸다. 늑대같이 사나운 미친개에 물린 어린 나를 보고는 울화가 치밀어, 아무도 따라나서지 않는 길을 단신으로 지개작대기를 들고 가서 그놈을 때려잡은 용감한 소년, 그 형님이 가셨다. 멀리 신작로에 몰려서서 구경만 하던 동네사람들은 형의 한방 가격에 그놈이 쓰러지자 그때사 “때려라!” “죽여라!” 하고 난리를 피웠고 그놈을 수양버들에 메달아 잡아서 구경꾼들이 동네잔치를 하던 그 어린시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귀한 형님을 데리고 가버린 여름이 나는 왠지 싫다.

아직도 따가운 정오의 태양이 어림없다 엄포를 놓고는 있지만 구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저녁 공기가 예사롭지가 않다. 봄꽃이 벌나비를 위한 가식이라면 가을단풍은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하고도 슬픈 꽃이라고나 할까. 곧 곱게 갈아입은 단풍영감이 하산을 시작하면 온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아니 보라. 벌써 저기 공원의 벤치 주위를 가을이 서성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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