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끊고 사는 고독한 사회
상태바
인연 끊고 사는 고독한 사회
  • 최동철
  • 승인 2015.08.27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은읍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은 일흔여덟 살이다. 원래는 수한면 토박이다. 대물림하며 살았던 농가는 겨울철 한파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래 몇 해 전, 큰 맘 먹고 아파트를 하나 장만해 읍으로 나왔다. 농지 대부분은 도지로 베어주고 먹을 만큼의 밭작물만 오가며 가꾼다.

자식들은 뒷바라지 덕에 모두 가정을 꾸렸다. 출세한 탓에 서울에서도 살고, 미국에서도 산다. 너무 바쁘고 먼 곳에서 살기 때문에 ‘찾아뵙기 녹녹치 않다’는 변명만 해대며 안부전화만 이따금 올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그는 빈곤 노인 대상이 아니다. 대대로 부농이었던 탓에 교회에 헌금도 낼 수 있고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도 쥐어주는 여력을 갖고 산다. 이렇듯 베풀며 살고 있기는 하지만 늘 외로움을 토로한다. 밥 한 끼 먹자고 연락오던 지인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서울에서 보은으로 이사 온 또 한사람의 노인도 이와 비슷한 처지다. 대기업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어느 정도 여력이 있었다. 그 중 일부를 큰아들의 해외사업자금으로 지원한 뒤 새 집을 짓고 노후를 보은읍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도 역시 자식들과의 인연이 단절되고 말았다.

대체적으로 출가한 자식들은 바쁘고 제각기 살아가느라 부모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거기다가 재원이라도 다소 있다면 자식들이 사업자금 운운하며 부모에게 마지막 남은 재산을 자꾸 보채기 마련이다. 이쯤 되면 부모, 자식 간 끈끈한 인연도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이러한 등등의 연유로 자식들과 인연이 끊긴 그는 또한 외지에서 온 탓인지 비교적 배타성을 가진 지역특성 때문인지 주변에 소통하는 이들도 없다. 아마도 도시생활에서 형성된 이기적인 사고의 성격 탓에 대화상대를 만들지 못했다고 자평할 뿐이다. 여하튼 그는 거개 세상 인연과 단절된 상태의 고독한 노인네다.

인연(因緣)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이자 사물, 일 등과 연계되는 네트워크다. 따라서 무연(無緣)은 인연이 없어졌거나 끊겨진 상태를 말한다. 즉, 무연고는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전통적 혈연이나 지연, 학연 그리고 직장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이 모두 끊어진 사회적 고독, 고립상태인 것이다.

‘일본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현재 세계 으뜸의 고령화 사회다. 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노인인구 중 연간 3만2,000여명의 노인이 고독사를 한다,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이 있긴 하지만 그 관계가 벌어진 상태로 조사됐다. 노인들이 돈이 없어 인연이 끊어진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고독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은은 아직 효의 고장이다. 정을 나누는 사회를 만들자, 특히 홀로 사는 농촌의 노인들을 위해 마음을 쏟아야 할 때다. 예외는 없다. 곧 우리에게 닥칠 미래다.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