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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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을 주목하는 이유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5.08.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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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주 휴가를 보내면서 한여름밤의 열대아를 견디다 못해 심야영화관을 찾았다. 평소 같으면 영화관 문을 닫아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휴가를 틈탄 틈새시장이 새벽 1시까지 붐비고 있었다. 여러 상영작중 ‘암살’ 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암살’ 은 일제강점시기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당시 현실을 뼈저리게 아픈 대사로 표현하고 있었다. 영화관을 나오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극중 독립군 염석진(배우 이정재)은 아편굴에 들어가 아편을 피우며 “독립군 놈들 다들 저 잘났다고 뿔뿔이 흩어져 돈이 없어 뭘 할 수가 없어. 안돼” 라며 한탄을 한다. 너무나 의미신장한 대사였는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영화 ‘암살’이 오는 광복절에는 천만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도 ‘암살’열풍이다. 지난 6일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13일 국회 상영회를 열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좌진 장군 손녀인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공동으로 국회 상영회를 열었는가 하면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정리해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것으로 유명한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의원은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공동상영회를 개최하는등 같은 영화를 두 번이나 국회에서 상영행사를 갖는 건 사상 처음이란다.
이 영화 ‘암살’ 이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들도 관심을 갖는데는 우리 독립군이 궤멸되고 뿔뿔이 흩어진 계기가 됐던 1922년 ‘자유시참변’도 결국 파벌과 주도권 다툼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만주, 상하이, 시베리아로 떠난 많은 우국지사들이 목숨을 바쳐 투쟁했지만 독립운동이 민족간 갈등이 지리멸렬하고 좌우분파, 지역분파로 나눠진 사실에 대해 영화 ‘암살’ 은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었다. 해방후 이어진 '분파주의'는 격렬한 '신탁·반탁 대립'으로 일제하에서 광복, 6·25로 이어지는 서로간의 '암살'로 거의 대부분의 민족 지도자급 인사들은 총탄에 쓰러졌다.
영화 ‘암살’ 이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김을동 의원과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걸 의원이 같은 영화를 놓고 여야 따로따로 상영회를 개최하는 모습은 해방후 이어진 ‘분파주의’ 같은 당내에서의 또다른 분파주의의 모습이 재연되는 느낌이었다.
‘국회 상영회’마저 두번에 나눠지는 모습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파벌싸움의 기나긴 그림자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며칠 있으면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공휴일로 제정되어 수많은 국민들이 영화 ‘암살’을 관람하게 된다. 이 영화의 본질은 퇴색하고 자칫 내부갈등으로 인한 한민족의 분파주의, 현실정치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영화는 영화로 보아야 하지만 자칫 근.현대사를 이해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우리 민족의 분열된 모습을 보여줄까 걱정도 앞섰다.
지금 우리는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은 물론 연구가 부족하다. 정전협정으로 분단국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청소년들은 물론 기성세대에 대한 근.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영화 ‘암살’을 영화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시기이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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