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트의 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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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트의 광란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원장
  • 승인 2015.08.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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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화는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거대한 쇠덩이들이 물위에 떠다니는 것도 신기한데, 그것이 공중을 날아다니기 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계수나무에 토끼가 산다던 먼 달나라에 까지 사람을 보냈을 뿐 아니라, 태양계에서 가장 먼 명왕성에 까지 접근하여 찍은 위성사진이 우주공간을 날아서 지구에 보내오고 있다. 은하계와 불랙홀 까지도 알아내게 되었으며 미세분야에서는 생명의 설계도인 ‘게놈’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인간의 지혜는 아예 이 우주를 발가벗겨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인 분야와는 반대로, 정신문화 분야에서는 고대 그리스ㆍ로마와 중국철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변적인 용어의 생산과 말의 기교만 늘어난 것이 발전이라면 발전일까? 따라서 지금 우리가 사는 것도 이것이 참된 삶인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많다.

미국 캔자스시티 출신의 백인 여의사인 말로 모건은 약 5만년 전부터 호주대륙의 깊숙한 오지에서 옛 생활방식 그대로 살아오고 있는 ‘오스틀로이드’(‘진인부족’)과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진인부족’의 어려운 시험과정을 통과하고 그들 일행에 가담하여 약 4개월 동안 호주대륙의 방랑여행에 동참한다. ‘진인부족’은 문명사회 사람들을 가리켜 ‘무탄트’(돌연변이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무탄트들은 인간 본래 삶의 모습을 잃고 변해버린 우주인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진인부족’과 ‘무탄트’들은 서로가 보기에 이상한 존재들인 것이다. 무탄트들은 오로지 입에서 나오는 말만 무성한 대화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진인부족들은 텔레파시를 이용한 마음과 마음의 대화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수십 키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부족원의 마음의 대화를 듣기 위해 땅에 납작히 엎드리고 조용히 수신하고 또 마음으로 의사를 보낸다. 이렇게 텔레파시로 대화가 가능한 것은 서로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조그만 거짓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들 사회에서 목소리는 노래와 축제와 치료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들이다.

그들 사회에서 노인들은 가장 존경받는 대상이다. 우리 사회는 건망증이 심하고, 둔하고, 무책임하고, 망령난 노인들로 가득차 있고 그 때문에 노인은 폐기처분해야할 퇴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막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지혜로워지고, 토론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본보기이자 다양한 능력을 가진 믿음직한 어른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억하는 머리를 자주 써서 그런지 치매노인은 없다고 한다. 병이 걸렸을 때는 자연이 주는 약초와 환자 자신의 치유능력에 따라 치유되도록 하는데 신기하게도 치료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의사 모건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는 주장에는 늘 불편했다’면서 “의사들은 몸에 침입한 병균을 죽이고, 주사를 놓고, 어긋난 뼈를 맞춰 줌으로써 환자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진정으로 환자를 치료한 의사는 단 한명도 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치료사를 갖고 있으며 각자의 병을 고치는 치료사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라고 짤라 말했다. 오늘날 우리네 사회의 장사꾼 의사들은 사람의 생명을 자신들이 좌우하는 하나님과 같은 존재로 착각하고 “치료”라는 말은 자기들의 전용어임으로 민간요법에서나 전통침술가 등, 다른 사람들이 일체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협회를 만들어 돈벌이와 자기들의 이익 지키기에만 혈안들이 아닌가. 실제로 이런 장사꾼 의사에게 당해본 필자는 양심적인 의사 모건의 이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무탄트의 세계는 마음과 마음의 대화는 없이 오직 입으로만 떠드는 말잔치와 말싸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게다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며 자신들을 죽이는 어리석은 행동들도 서슴치 않고 있다. 자연을 조금씩 파괴하다 못해 이제는 아예 지구를 근원적으로 파괴해 버리려는 핵무기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권과 백성들의 삶은 도외시 하고 핵보유국이 되려고 악을 쓰는 소위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도 보인다. 핵탄도 유도탄을 쏘아 올리면서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어떤 정치 지도자의 모습도 본다. 남을 죽이는 일이 그렇게도 좋은가? 광란의 황진만장, 그것이다.
“지식을 추구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할 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이로울 때만 그 지식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고 말하는 ‘진인부족’의 경고는 우리네 무탄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마지막 경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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