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센터, 미운오리에서 백조이길 기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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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센터, 미운오리에서 백조이길 기대하지만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5.07.3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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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보은농협 부실경영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4개월 만에 자진 해산했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출범을 대내외에 알렸던 공대위는 보은농협 임시대의원 회의가 파한 직후 알게 모르게 해산했다. 공대위가 해체된 후 목적한 바의 절반은 달성했다는 평가와 함께 대의원회가 공대위에 끌려 다닌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대위가 출범하게 된 배경은 이랬다. “보은농협은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감자사업 손실액이 공식 확인된 것만 20억 원이 넘고 있으며 감모손실 및 법적대응비용까지 포함하면 3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충남지역 등 각지에 피해 농민들이 있어 이들이 소송전을 벌여 법원에 의해 인정될 경우 50억원의 추가 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보은농협은 이러한 부실경영에 대해 그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울하다며 농협중앙회의 솜방이 감사처분 결과 몇천만원 밖에 안 되는 배상액을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 보은농협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
공대위는 이후 조합장 선거에 영향을 미쳤고 조합장 물갈이에 일조를 했다. 아울러 보은농협 상임이사를 해임하는 안건을 대의원 회의에 올렸지만 불과 4표 차이로 부결되는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감자사업이 실패한 원인 규명이나 대안제시에 접근하기보다는 처벌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감을 떨칠 수 없다. 이는 경제사업 담당들에게 심각한 위축을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여파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패에 따른 뒷감당을 생각하면 누가 감히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겠는가 의문이고 풀어야할 난제를 안겼다.
감자사업이 실패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결과론이지만 실무자들의 무능력이었을 수 있겠고 사업 타이밍이 안 좋았을 수도, 지역 외의 감자에 무리하게 손을 됐거나, 큰들영농법인이란 사업파트너를 잘못 만났을 수도, 에버랜드에 납품하기 위해 과도한 물량에 욕심을 냈다거나, 조합장이 차기 선거를 앞두고 업적을 의식했다거나 농민의 감자를 높은 가격에 주고 높은 가격에 팔고자 했던 뜻이 빗나갔다거나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론 얼마 전 열린 보은농협 임시 대의원회의에서 한 대의원이 언급한 사항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대의원은 “보은농협이 농산물유통센터를 운영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억지로 떠안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보은농협이 2012년 12월 준공을 본 산지유통센터는 보은군이 최대 주주였던 속리산유통이 사업자로 선정되었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지 않아 사업을 반납할 상황에서 보은농협이 국도군비 외에 자부담 7억5000만원을 들이고 대신 떠안았다. 보은농협은 산지유통센터 준공 후 바로 감자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불과 1년이 채 안 돼 13억500만원이란 손실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은농협 산지유통센터의 정상 가동은 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 첫째 이유는 설비를 갖춘 양파, 대파, 당근 품목이 보은군과 맞지 않는다. 시설을 돌릴만한 물량이 나오지 않고 나온다 해도 보은농협에 출하할지도 의문이다. 대추의 경우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출하를 기피하는 점만 봐도 그렇다. 특히 경제는 신용이고 사업은 심리인데 실익이 나와야 하는 농협 입장에선 불규칙한 출하나 수매는 경제사업을 더욱 오그라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래저래 산지유통센터가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길 기다린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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