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인, 팽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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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인, 팽일인
  • 최동철
  • 승인 2015.07.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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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은군이 하반기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에 불복한 한 인사 대상자가 인사권자에 격한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하루 만에 인사이동이 없었던 일로 내용이 수정됐다. 아마도 항변 내용에 대한 타당성이 인정된 듯하다. 아무튼 이를 지켜보는 군민은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흔히 ‘인사가 만사(萬事)’라고들 한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순리대로 잘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아무리 작은 고을이라 하더라도 한사람의 능력으로 꾸려나갈 수는 없다. 총수가 자기의 총명만을 믿고 부하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상벌(賞罰)하지 않고 인사전횡을 일삼는다면 그 조직은 파탄되고 말 것이다.

장일인(奬一人), 팽일인(烹一人)이란 고사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한 사람은 가마솥에 삶아 죽였다’는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를 재건시킨 위왕(威王)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공정하고 정확, 치밀한 인사로서 현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원래 강(姜)씨의 나라였던 제나라의 왕권을 전(田)씨가 찬탈한 뒤 4대왕에 오른 위왕은 흐트러진 나라의 기강잡기에 최선을 다했다. 당시 ‘아’와 ‘즉묵’ 지역은 지방관이었던 두 대부가 각각 다스리고 있었다.

헌데 인사 때가 다가오자 아라는 지역의 대부는 유달리 칭송이 자자한 반면, 즉묵 지방의 대부에 대해서는 온통 비난하는 소리만 보고되었다. 위왕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몰래 사람을 보내 두 지방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돌아온 감찰관의 보고는 딴판이었다. 아 지방은 농사를 안 짓고 노는 땅이 부지기수이며 지방관 대부는 늘 음주가무에 취해 있었다. 즉묵 지방은 수리사업이 잘되어 농사도 풍년이고 백성들이 다 잘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위왕은 두 지방의 대부를 각각 소환했다. 대신들은 당연히 즉묵 지방의 대부가 벌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검소한 차림에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당당한 즉묵의 대부는 상을 받고 승진을 했다. 이를 ‘장일인’이라 한다.

아 지방 대부는 호화로운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며 입궐했다. 상을 받을 생각에 웃음도 절로 나왔다. 그러나 위왕은 아 대부를 기름 솥에 넣고 삶아 죽였다. 이를 ‘팽일인’이라 한다. 사실인 즉, 아 지방 대부는 조정 실권자에게 아부하고 뇌물을 써서 좋은 평판을 얻었던 것이다.

위왕은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한 사람은 팽형을 시키는 인사로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지혜로운 지도자의 기준에서 상벌이 분명한 인사집행은 필수 요건이다. 큰 잘못을 했음에도 감정에 얽매여 벌을 늦추거나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지도자의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묵묵히 제 업무를 충실히 하는 인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좌천시키는 인사 또한 매한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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