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人獸) 공통 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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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人獸) 공통 감염병
  • 최동철
  • 승인 2015.06.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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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의 기습으로 나라 안에 빨간불이 켜졌다. 벌써 메르스 발병국 세계 2위의 불명예 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주변인들은 ‘혹시 잘못될까봐’ 서로에게 주의를 주는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중동지역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발생한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코로나바이러스는 과거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다. 낙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즉 인간과 짐승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전염병인 것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1,700만 명의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죽는다. 지난 5년간 1,100종이 넘는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났다. 이 중 황색포도구균 등 일부는 20종의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춘 ‘슈퍼버그’들이다.

또한 신종 병원체의 약 75%가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콜레라, 황열병, 페스트, 뎅기열, 뇌수막염, 출혈열, 디프테리아와 같은 오래된 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사스, 신종 플루, 에볼라, 메르스 같은 유전자가 변이된 새로운 계통의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발생했던 전염병 가운데 흑사병은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불과 4년 사이에 약 3,500만 명이 세상을 떠났다. 쥐벼룩이 매개체인 페스트균은 최근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변이종이 출현했다고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발표했다.

지난 2003년에는 세계적으로 약 8,000여 명의 사람이 사스(SARS-CoV)에 감염됐다. 이중 약 10%가 사망했다.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의 원종인 코로나바이러스도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닭에서 처음 발견된 뒤 개·돼지·조류 등의 동물에서 발견됐다. 이후 사람에서도 발견되었으나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백신은 아직 연구 중이다.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신종 인플루엔자 A’ 역시 돼지에서 기원한 호흡기 질환이다. 돼지로부터 직접 감염되지는 않지만 돼지독감에서 변형된 새로운 바이러스였다.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이 되었고 1년4개월 동안 18,500명이 사망했다.

지난 해 3월 서아프리카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에서 확인된 에볼라 바이러스병도 인수 공통 전염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쥐, 설치류, 유인원 등이 바이러스의 숙주라고 보고되어 있다.

여하튼 인수 공통 감염병을 포함해 법정 감염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특히 감염병이 창궐할 때일수록 외부활동 자제와 개인위생 수칙 준수로 전염병 종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전염병이 횡행하는 이 때, ‘메르스 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라는 등의 전단이 서울 지역에 뿌려졌다고 한다. 흉흉한 민심을 부추기는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오히려 지탄받을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람 간의 믿음과 협조 그리고 책임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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