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에 지혜로운 판결로 대표되는 유명한 재판이 두 개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두 여인 중 누가 아이의 친모’인지를 판결하는 내용이다.
성경의 구약전서 열왕기에 ‘솔로몬 왕의 재판’이 실려 있다. 즉, 한 지붕 아래 두 여인이 산다. 3일차로 자식을 각각 낳았다. 그런데 한 여인이 잠을 자다가 실수로 자식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남몰래 아기를 바꿔친다. 결국 두 여인은 죽은 아기가 상대방 자식이고 살아 있는 아기가 자기 자식이라고 서로 우겨댄다.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눠주라는 판결을 내린다. 한 여인은 "차라리 누구도 갖지 못하게 그리하자"고 한다. 또 한 여인은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어도 좋으니 제발 죽이지만은 말라“고 울부짖는다. 그러자 솔로몬은 말한다. "산 아이를 죽이지 말라는 여자에게 내주어라. 그가 참어머니다."
중국 원나라 때 희곡 '회란기'에 송나라 때의 명판관 포청천이 나온다. 그 역시 지혜로운 판결을 한다. 마씨 집안의 첩(妾)이 아들을 낳았다. 이를 질투한 정실부인이 남편을 독살한다. 또 남편의 재산을 몽땅 차지하기 위해 첩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한다. 첩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포청천은 땅바닥에 석회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다.
첩과 정실부인에게 원 안의 아이를 밖으로 끌어내는 쪽을 친모로 인정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정실부인은 사력을 다해 아이의 한 팔을 잡아당긴다. 첩은 아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고 잡았던 팔을 놓아 버린다. 포청천은 첩이 참어머니라는 판결을 내린다.
20세기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두 개의 판결에 일부 수정을 가한다. 그의 서사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통해서다. 중세 러시아에서 반란이 일어나 총독이 살해당한다. 총독부인은 자신의 귀중품을 챙기느라 그만 어린 아들을 잊고 버려둔 채 줄행랑을 친다.
젊은 하녀 그루쉐가 아이를 구해내 자신의 아들로 삼고 온갖 고초를 겪으며 뒷바라지를 한다. 반란이 진압된 뒤 총독 부인이 아이를 찾으러 온다. 아이가 있어야 총독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묵 동그라미 재판이 벌어진다. 여기서 아이의 손을 놓아 버리는 쪽은 그루쉐다. 재판관은 그루쉐의 손을 들어준다. 생모가 아닌 양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이의 안위를 진정 걱정하는 것이 참 어머니의 본질이라고 판단을 했다.
보은군수의 재판도 뉘앙스는 비슷하다. 군민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사욕만을 취하려 법을 유린했는지, 군민을 위해서라는 과신으로 단순히 그리했는지가 아마도 판결의 관건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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