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돌보는 보건직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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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돌보는 보건직공무원
  • 최동철
  • 승인 2015.05.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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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세상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따돌림을 받아 그들 스스로 하늘을 보지 않고 땅으로 깊이 움츠리고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름 하여 ‘한센인’이다. 보은지역에도 그들이 있다.

옛날에는 ‘문둥이’라 불렸으나 요즘은 한센병에 걸린 ‘한센인’이라 통칭된다. 한센병은 나균이 원인으로 사람에게 생기는 만성 질환이다. 나균은 말초신경을 파괴하여 감각을 잃게 하고 차츰 조직이 변성되며 결과적으로 사지(四肢)가 변형되고 파괴된다. 눈·고환·코와 인두 점막도 침범한다.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에 의해 ‘나병은 같은 3종 전염병인 결핵보다 전염성이 낮고 사실상 완치가 가능한 데다 유전(遺傳)되지 않는다’는 점이 병리학적으로 증명된 지 이미 오래다. 허나 혐오스런 외모와 완치된 뒤, 남는 병흔 등으로 인해 사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어린 시절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시를 접하고 ‘충격 속에 가슴 아리고 마음 시렸던’ 적이 있었다. 그의 시 중에 ‘손가락 한 마디’는 다음과 같다.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터를 가려서/ 깊이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함경남도 도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나병이 악화되자 사직한 그는 '나의 슬픈 반생기'라는 글에서 피를 토하듯 심정을 표현한다.

‘고향 땅에 돌아왔으나, 이 꼴로 집에 돌아갈 수가 없다. 더욱이 동리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 도저히 밝은 낮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진종일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람이 안 다니는 들에서 종일 굶으며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정말로 문둥이가 된 설움이 가슴을 찢는다. 분함과 서러움에 하루 종일 울었다. 몇 백 번 고쳐 죽어도 자욱자욱 피맺힌 서러움과 뉘우침이 가득 찬 문둥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어두워진다. 모든 것을 검게 가리어 주는 밤이 온다.’

서정주 시인의 ‘문둥이’에서도 소외된 이들의 설움이 표출된다.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독일의 시인 릴케도 ‘문둥이의 노래’란 시에서 ‘보라. 나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인간이다. 시내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문둥병에 걸렸다. 나는 방울을 흔들어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귀에 나의 가슴 아픈 호의를 자상하게 전한다. 나는 짐승들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

이처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홀로 눈물을 삼켰던 이들은 죄인이 아닌 환자였음에도 스스로 소외되고 사람들을 피하며 살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고 검진하고 약을 처방하느라 보건직 공무원은 서슴없이 가정방문을 한다. 아름다운 일이다. 오직 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적 사명감과 마음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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