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공양과 음식물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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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과 음식물쓰레기
  • 최동철
  • 승인 2015.05.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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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쓰레기로 인한 지구촌의 환경오염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음식물쓰레기가 환경파괴의 주종이다.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먹다 남긴 엄청난 쓰레기 처리로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지역도 있으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보은군은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소각처리에 혈세를 써야하는 지역이다. 지난 6일부터는 생활쓰레기 배출방법도 달라졌다. 큰돈을 들여 보은읍 산척길 일원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소각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이 시설은 1일 10톤을 소각할 수 있었던 기존 시설에 비해 20톤의 타는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전량 소각하는 첨단 시설이다. 타는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담을 필요도 없어졌다. 격일제 구분 없이 매일 저녁 8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배출하면 된다.

허나 이처럼 편리한 쓰레기 소각장이 갖춰졌다 하더라도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 가정이든 식당이든 먹을 만큼의 음식을 차리는 게 바람직하다. 임금 수라상인 12첩 반상만큼 잔뜩 차려 낸 뒤 다량이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은 큰 오염원이다.

조선 임금의 수라상을 12첩 반상으로 한정했던 중국 황제는 무려 36첩 반상을 차려 먹었다. 요즘 중국에서는 경제가 좋아지자 황제 흉내를 내어 36첩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당연히 버려지는 다량의 음식물쓰레기로 환경오염도 심각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오죽하면 부정부패와 혁신을 추구하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만두로 한 끼 식사’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에서 과대한 접대는 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식사문화가 다찬에서 소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이 있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하는 식사법을 말한다. 불가에서는 밥 먹는 것을 '공양'이라 하는데,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는다. 쌀알 하나도 그것을 지어낸 자연과 뭇 중생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다짐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발우라고 하는 크기순의 밥, 국, 찬 그리고 물을 담는 네 개의 그릇에 먹을 만큼의 음식을 받고 그것을 남김없이 먹는다. 공양이 끝나면 숭늉을 받아 젓가락을 이용해 남겨놓은 김치조각으로 발우들을 씻은 뒤 숭늉마저 마신다.

다음 남겨 두었던 청수물을 이용해 발우들을 큰 그릇부터 차례대로 헹군다. 이때 4개의 발우를 헹군 물은 처음처럼 맑아야 한다. 이처럼 발우공양은 세상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식사법이다. 음식쓰레기가 전혀 나오지 않으며 따로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어 물조차 절약된다.

오는 25일이면 2578주년 ‘석가탄신일’이다. 쌀 한 톨,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못하도록 돼있는 석가의 엄격한 ‘발우공양’ 정신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반드시 새겨야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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