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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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스승의 날
  • 나기홍 기자
  • 승인 2015.05.2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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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스승의 날 이었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작은 감사의 뜻이라도 전하고 싶어 꽃바구니나 화분 혹은 작은 선물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이를 돌려보내고 있다.
“꽃가게에서는 선생님 제발 받아주세요 굶어죽게 생겼어요.”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성의 받을 수 없는 선생님, 감사의 표시조차 할 수 없는 학부모, 인정과 정서가 메마른 지식을 팔고 사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 이것이 오늘 교단의 현실이다.
흔히들 현재의 교단을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다’고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빚어졌을까?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우리나라의 인구는 급격히 늘어난다.
전후, 국가경제는 어렵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때 태어난 1955년부터 1963년생들을 베이비부머세대라고 한다.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효도하는 마지막세대, 효도 못 받는 첫 세대, 제사 모시는 마지막세대, 제사 못얻어 먹는 첫 세대, 노후대책 없는 첫 세대 등 불쌍한 세대다.
그러면서 교권을 무너뜨린 첫 세대라는 오명도 함께 받고 있다.
정부가 가족계획정책을 펼치면서 이들은 대부분 한 두 명의 자녀를 두게 되고 사회는 급속하게 핵가족화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니면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인 가정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내 자녀가 귀하기만하다.
귀하고 귀한 내 자녀가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아야하고, 어느 누구도 내 자녀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폭넓게 자리하게 됐다.
이러다보니 이 자식들이 저밖에 모른다. 부모에게 요구하면 다 들어주고, 형제가 없으니 모든 것이 제 것이다. 이렇게 크다보니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 용서와 포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매라도 대면 학부모는 쏜살같이 찾아가 항의하고 신고하고, 심지어는 보복폭행까지 한다. 이들 대부분은 베이비부머 세대다.
이들에 의해 성장한 자녀들이 부모가 되면서 교권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달 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1교시 수업을 준비하던 중 들이닥친 학부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전날 자신의 아들이 크레파스를 집어던졌다가 교사로부터 꿀밤을 한 대 맞았다는 게 '난동'의 이유였다고 한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교육현장에서는 ‘스승은 사라지고 교사라는 엘리트 직업만 남았다’는 자조가 넘쳐난다고 한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육학과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3년 교수·학습 국제조사'에 따르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이 20.1%였다. OECD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고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36.6%로 평균(22.4%)보다 높게 나왔다.
명예퇴직을 하려는 교사는 줄을 섰다. 교총이 교원 2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55.8%)이 '교권 추락과 생활지도 어려움에 대한 대응 미흡'을 명예퇴직 이유로 꼽았다.
교육계에서는 교원·학부모·교직원·학생 간 신뢰회복이 중요하며 교사가 주체가 돼 스스로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새로운 교원상' 정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권이 무너진 학교에 참 스승을 모시고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진정한 스승의 날을 찾기 위해서는 교권침해의 주역 학부모, 자신만 아는 학생, 학교를 직장으로 여기는 교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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