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찾아온 이야기
상태바
대학생들이 찾아온 이야기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5.05.14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추 묘를 밭에 옮겨 심을 때가 되었다고 한다. 백 여 평 남짓한 텃밭에 며칠 전 부터 밭이랑을 만들고 비닐도 씌워 놓고는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이사를 가야 할 고추 묘에 물을 주고 있는데 낮선 젊은이들이 들어오고 있다. 전에도 가끔 그랬듯이 어느 종교 집단에서 포교하러 오는가 보다, 라고 생각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일을 하던 참이었으니 작업복 차림에 용모도 시골 노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텐데 어르신이라면 몰라도 선생님이란 호칭은 뜻밖이여서 누구들이신가? 하니 자기들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인데 현장 답사 학습을 나와서 내게 이야기를 들으려 왔다고 한다. 그러기에 내가 학생들에게 들려 줄 무슨 이야기가 있겠느냐고 하였더니 마을 이장이 소개를 해 주면서 찾아가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 하여서 왔노라고 하기에 어쨌든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니 안으로 들어가자 하고 거실로 안내를 하였다. 자리에 앉자 한 여학생이 자기들은 국문과 학생들로 동아리 십 여 명이 3일 간 마을 회관에 머물면서 지역의 역사와 전설 등을 탐구중이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목에 걸고 있는 명찰을 보니 공교롭게도 나와 이름이 똑 같은 학생이 있어 본을 물으니 김해 김씨라 한다. 나와 본은 다르다 해도 흔한 이름은 아니기에 한자로는 어떤 자를 쓰느냐고 했더니 뜰쩡, 법범 이라하기에 법범자는 같지만 뜰쩡자는 모르겠다며 써 보라 하였더니 스마트 폰으로 찾아가며 쓰기에 아무리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이름 자 만은 한문으로도 쓸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뜰쩡이 아니고 뜰-정(庭)이라 일러 주었다. 연세 대학교 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히는 명문 대학인데 그 학생이 자기 이름의 한자를 잘 모른다면 우리나라 교육도 문제가 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손자 같은 손님들이지만 차라도 대접해야겠는데 마침 집 사람도 없고 하여 학생들에게 몇 학년이냐고 물으니 둘은 3학년이고 남학생 하나는 1학년이란다. 그러면 후배가 심부름을 하는 것이 당연 하겠지만 남의 집 주방이 낮 설 터이므로 선배라도 여자가 나을 듯 하니 주방을 뒤져서 커피와 과일을 내오라 하였더니 기꺼이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하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고 하나는 과일을 깎더니 이내 가지고 와서는 자리에 앉으면서 편히 대해 주셔서 고맙다며 한국 문인 협회에서 매 달 보내주는 월간 문학지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나보고 문인이냐고 묻기에 문인이라 할 것 까지는 없고 그냥 문인협회 회원이라 하였더니 국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문인 선생님을 만나 게 되어 기쁘다고 하면서 고장의 전설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 달라고 한다.
그래서 청벽산에 봉황(학으로 추정)이 서식 했다 하여 마을 명칭이 모래벌(불)에서 봉황리가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본 명치 천황이 죽음으로 일제가 상복 입기를 강요하자 “원수의 옷을 입는 것은 만 대의 수치라. 차라리 목이 떨어져 죽을지언정 오랑캐의 옷은 입지 않겠다.”라는 글을 남기고 “하늘엔 해가 둘이 있을 수 없고 나라에는 두 임금이 있을 수 없다”며 청벽 산 소코바위에서 몸을 던져 자결함으로 순국한 이승칠 열사의 이야기, 그리고 삼박골 절터거리 전설로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 옛날 이곳에 절이 있었는데 어느 날 주지 스님이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밤에 마을에 내려가 몰래 닭을 잡아다 먹었다. 주지 스님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을 흡족히 여기며 잠을 자는데 몸이 너무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어 불을 켜 보니 이제 까지 없었던 빈대가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다. 빈대는 주거 뿐 아니라 법당에 까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승려들이 절을 떠나게 되었고 불자들도 발길을 끊게 되어 절은 폐사가 되고 말았는데 사람에게는 들키지 않았으나 부처님은 속일 수 없어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어 이를 절터거리라 하고 이때 거인 신장(神將)이 와서 불상을 메고 갔는데 그때 그 신장이 남긴 발자국이라 하여 절 터 아래 바위 길에 발자국 형상이 있는데 이를 장수 발자국이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해주었더니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고맙다며 함께 사진 찍기를 청한다. 나는 모델료가 비싸다고 농담을 하며 사양해도 막무가내로 청하여 주름진 얼굴을 내주고 말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