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부쳐
상태바
어버이날에 부쳐
  • 최동철
  • 승인 2015.05.07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5월8일)은 ‘어버이 날’이다. 원래는 1956년부터 시작된 ‘어머니날’이었다. 그러던 것이 ‘왜 어머니만 경로효친의 대상이냐’며 ‘아버지의 날’도 거론되다가 결국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다.

허나 요즘의 세태는 ‘어버이날’의 의미가 무색하리만치 패륜적 범죄가 빈번해 안타까움을 준다.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말처럼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롭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행을 다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배금주의가 판치고 각박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야하는 세상사다 보니 윤리도덕은 퇴색되고 패륜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며칠 전, 경남 사천에서는 30대의 딸과 아들이 예순여덟 살의 멀쩡한 제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 각각 객지생활을 하던 미혼의 이들 남매는 수차례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도움이 없자 ‘아버지를 죽인 뒤 재산을 나눠 갖기’로 모의했다.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 수면제, 농약 등을 준비한 이들은 고향집 마당에서 실행에 옮겼다. 전기충격기로 아버지를 넘어뜨린 뒤 가스분사기를 발사하고 각목과 철근 등으로 마구 때렸다. 남편에 대한 홧김에 남매의 편이던 예순한 살 어머니의 만류로 살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주 충주에서는 40대 아들이 일흔 살 어머니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다. 돈 때문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다 홧김에 저지른 범행이었다.

지난해 말, 보은에서도 술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부모를 폭행한 50대 아들이 있었다. 중풍으로 누워있는 아흔세 살의 아버지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만류하는 여든세 살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어느 때, 한 여인의 친정아버지, 남편, 외동아들이 살인강도짓을 하다가 붙잡혀 모두 사형에 처해질 운명에 몰렸다. 이 여인은 생사여탈권을 쥔 재판관에게 신세를 한탄하고 울며불며 선처를 호소했다.

인정상 이를 딱히 여긴 재판관은 ‘한 사람을 살려주되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여인은 망설임 없이 ‘친정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말했다. 재판관은 의아했다. 혈족의 촌수로 쳐도 부모와 자식 간은 1촌이다. 부부는 촌수가 없다. 서로 등 돌리면 남남이 되고 만다. 남편의 생명을 내팽겨 친 것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1촌간인 늙어 머잖아 죽을 친정아버지와 살아갈 날이 창창한 10대 외아들 중 ‘왜 아들이 아니고 아버지냐’에서는 생각이 막혔다. 여인은 ‘남편과 아들은 개가한 뒤 또 낳으면 되지만, 저에게 생명을 준 친정아버지는 새로 만들 수 없으니 돌아가시게 할 수 없다’고 분명한 이유를 댔다.
잘났든 못났든 어버이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다. 이 세상에 이것보다 값진 것이 또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