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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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방치할 것인가
  • 최동철
  • 승인 2015.04.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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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의회 하유정의원이 집행부의 책임의식 결여와 복지부동에 대해 제대로 비판을 가했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이란 ‘땅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 한다’는 뜻이다. 주어진 일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몸을 사리는 공직자 등을 일컬을 때 비유적으로 흔히 사용된다. 어쨌든 하의원의 질타 발언을 접한 군민 대다수는 분명 갈채를 보냈을 것이다.

하의원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보은군이 많은 혈세를 들였으면서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시설들에 대해 활용대책 마련을 강력 촉구했다. 산대지구 농어촌테마공원, 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공예공방 및 전시판매장, 대추홍보관 등이 해당됐다. 이들 모두 돈만 쏟아 부은 뒤 나 몰라라하여 목적과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돼 있어 세금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마도 주민들이 이러한 내용을 자세히 눈여겨본다면 보신주의가 만연한 공직사회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 뻔하다. 특히, 산대지구 농어촌 테마공원은 준공 후 지금까지 3년 4개월이 넘도록 굳게 문을 잠근 채 단 하루도 운영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또, 2012년 1월에 4430만원을 들여 청소년 문화의 집 2층을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개조했으나 4개월 정도 사용 후 줄곧 폐쇄된 상태란다. 6억 6600만원을 들여 조성한 공예전시판매장 등 시설도 5년 째 방치되고 있다. 6억 7400만원을 들인 대추홍보관도 매달 관리비와 운영비로 혈세만 낭비할 뿐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사람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이란 범죄심리학 이론이 있다. 동네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건물이 있으면 얼마 안 있어 그 건물의 모든 유리창이 깨지게 된다. 그리고 그 지역 자체가 우범지역이 된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건물주인이 깨진 유리창 한 장 쯤하고 사소한 것으로 방치하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에 뉴욕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 이론을 도입해 지하철 낙서, 무임승차, 신호위반 같은 사소한 범죄를 철저히 단속했다. 그러자 이런 경범죄만을 없앴을 뿐인데도 살인사건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마이클 레빈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비즈니스 세계에 접목한 인물이다. 그는 기업경영에 있어 미래 전략도 필요하지만 깨진 유리창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식당의 70%가 2년 만에 도산하는 이유도 작고 사소한 잘못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리정돈이나 화장실 등이 청결치 못한 식당은 음식도 맛이 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지역에 방치된 건물이 늘어날수록 삶이 행복할 수 없는 곳이라 여겨질 수 있다. 공직자 한사람의 의무기피, 복지부동도 보은군 전체를 망치는 첫 번째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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