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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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자살
  • 최동철
  • 승인 2015.04.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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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생물 중 자살을 택할 수 있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북극에 사는 ‘레밍턴’이라는 들쥐종이 줄을 지어 얼음바다로 뛰어드는 집단자살을 한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개체수를 조절해 살아남기 위한 동물적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자의식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인간뿐이다. 만물의 영장다운 고차원적 심리행동인 것이다.

다만 요즘의 자살은 순수한 자의식에 의해서가 아닌 질환에 의한 충동적 자행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데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자살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사회적 박탈감, 빈곤감, 소외감, 질환 등으로 인한 우울증에서 자살 충동 등이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인 줄리 세렐은 ‘우울증을 앓으며 자살을 고려하는 이는 현실을 다 비틀어지게 인식한다’고 했다. 아내가 있어도 상관없고 사랑을 많이 받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아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8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우울증을 겪었다. 농촌에 거주하는 70살 이상 노인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의료기관 등을 찾아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상담·치료받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회와 주변을 기피하는 것 자체가 우울증 증상인데다가 ‘상담·치료’를 받아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노화로 인한 상실감, 술, 담배 등 약물중독, 정신적 트라우마, 고독, 실직 또는 재정문제 등으로 자살충동이 유발된다고 미국국립보건원은 분석한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주로 절망감과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자신의 소지품을 정리하거나 소각하는 등 처분한다. 가족의 미래를 챙기는 뭔가 삶을 정리하려는 의도를 옅게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튼 세계 보건기구는 15년 뒤인 2030년 쯤 되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암, 중풍, 전쟁, 각종 사건사고로 죽는 사망률을 제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텔레비전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사회처럼 우울증 환자들이 비실대며 걷는 미래사회를 암시하는 듯해 소름끼친다.

우울증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지만 보은군도 자살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2010년 17명, 2011년 22명, 2012년 13명이 자살했다. 급기야 보은군은 충북도 자살예방 시행계획과 연계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자살예방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보은군과 군 의회는 2012년 12월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전액 군비로 운용되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우울증환자 치료비지원, 고위험군 관리, 찾아가는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 등이 실시됐다.
그 결과 2013년 상반기에는 17명이 자살했던 것이, 하반기에 4명으로, 이어 2014년에는 5명만이 자살했다. 다행스럽다. 예방활동 덕이라 믿는다. 보다 적극적인 자살예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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