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의 계절이다
상태바
청첩의 계절이다
  • 최동철
  • 승인 2015.03.26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화창한 봄날이 왔다. 이 계절엔 누구라도 한번쯤은 정식으로 초대를 받는 청첩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자연의 순환원리처럼 많은 선남선녀들이 이 때쯤이면 제짝을 찾아 일가친지의 축복 속에 혼인을 한다.

헌데, 청첩을 하는 측에서 보면 평생 몇 번밖에 없는 인륜대사 중 한번이겠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예서제서 밀려오는 초대장이고보니 가계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같이 안팎으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축의금 액수를 생각할 때 난감하기까지 할 것이다.

어떤 이는 ‘이 달에만 벌써 두 군데서 결혼 청첩을 받았고, 조만간 친지의 고희연과 돌잔치도 예정돼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 갑작스레 주변에서 초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경·조사비는 그야말로 먹고사는 생활비를 줄여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래 혼인 등 애·경사에 대한 경·조사비는 궂은 일, 좋은 일을 서로 품앗이해서 치르자는 상부상조 정신에서 비롯된 미풍양속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조사의 금액이 그 사람의 품위에 비견되고 서로 간 부담을 느끼는 악습으로 자리바꿈됐다.

상호부조의 미풍양속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객, 조문객과 경·조사비의 많고 적음이 권력과 품격의 사회적 영향력을 재는 척도가 되는 지경이 됐다. 자기과시 형태로 변질이 되다시피 했으니 역으로 경·조사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생겨난 것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가 경조사비로 지출한 금액이 한 달에 21만 원 정도로 집계됐다. 경조사비 금액 수준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서슬 퍼렇던 유신정권 시절인 1973년 5월, 가정의례준칙이 제정됐다. 전통풍속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논란이 일기는 했다. 하지만 허례허식을 없애고 의식절차를 합리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시켜야 한다는 법 논리가 우선했다.

때문에 혼사의 기별도 인쇄된 청첩장은 돌릴 수가 없었다. 전화로, 인편으로, 편지로 알려야 했다. 심지어 편법으로 다량 복사한 청첩편지를 보내곤 했다. 법이 생기기 전만해도 내빈들에게 나눠주던 수건, 찹쌀떡 등 답례용 선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1998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애·경사 기간 중 주류 및 음식물의 접대를 금지한 부분 및 위반자에게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는 법률 관련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했다. 그 후 2008년 10월 ‘건전가정의례준칙’은 전면 개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청첩은 가까이 지낸다고 생각하는 친지들로부터 진심어린 축복을 받기 위해 초대하는 축하메시지가 돼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