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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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 유감
  • 이장열 <사단법인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원장>
  • 승인 2015.03.1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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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계의 일부로서 그 수명이 100년을 넘는 자가 거의 없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이들끼리 서로 먹거리와 감투를 다투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힘 있는 지위에 있을 때는 한껏 거만을 떨다가도 죽을 때는 결국 자기 피붙이 한둘 남겨두고 쓸쓸히 떠나간다. 살아있을 때 그렇게나 아끼던 몸둥이는 남은자들의 처분에 따른다. 자식들이 형편에 따라 후장을 하건, 아니면 약식으로 가마니떼기에 둘둘말아 지게에 실려 그믐밤에 남의 산에다 암장을 하건, 알 바가 아니다.

사람이 죽은후 장례방식은 각 민족의 풍습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한 방식이 매장이다. 이는 유교적 예장방식이다. 사후 시신이 부패되는 흉한 모습이 노출되지 않고 땅에 감추어 버림으로써 어쩌면 남은 자들에게 가장 편리한 장례일지 모른다. 사자의 집인 음택(陰宅)과 자손들 사이에는 끊임없이 유전자적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음택이 좋지 않으면 자손들에게 흉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내 고향친구 하나는 자기 아버지 별세후 풍수를 데려다 좋은 묘자리에다 썼으나 장례직후부터 갑자기 심한 두통으로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몽롱한 상태로 10년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후 누구의 말을 듣고 의심반으로 확인겸 묘를 파보니 시신의 머리 부분에 머리카락같이 생긴 하얀 식물의 잔뿌리같은 것들이 꽉 옭아메어 감고 있어서 바로 화장을 해 버린후 병이 나았다고 했다.
티벳사람들에게는 조천장(鳥天葬)이라는 독특한 장례풍습이 있다. 독수리 몸에 의탁하여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 독수리에게 자기 시신을 먹이는 풍습이다. 또 하나는 풍장(風葬)으로 사체를 옷을 입힌 채로 또는 관에 넣어 공기 중에 놓아두는 장례법도 있다. 전라북도 고군산도(古群山島)에서 행해졌다. 뉴기니아 원주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방법은 사체를 나무에 올려놓았다가 육신이 흘러내리고 남아있던 뼈가 땅에 떨어지면 이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는 방법이다.
그 다음으로 전국민의 70%가 선호하는 형식이 화장이다. 원래 불교의 장례방식이나 요즈음은 일반화되었다. 시신을 불에 태우는 방법은 같으나 화장후 납골당에 보관하는 방식과 뼈를 곱게 갈아서 숲이나 강, 바다에 뿌리는 산골(散骨)방식이 있다. 이렇게 화장을 하면 먼저 고향친구의 경우와 같은 이런저런 뒷탈이 없다는 것이다. 화장유골에는 유전자가 존재치 않고 자손들과의 교신도 없기 때문인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화장은 본래 두 번 죽는 일이라 하여 살아있을 때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현재 성행하고 있는 납골당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화장하고 남은 유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섭씨 1000도가 넘는 화기를 거친 뼈에는 유전자마저 타버리고 사자에 대한 의미있는 잔존물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실례로 몇 년전 유명 탈렌트 최모양의 유골 절도범의 체포와 함께 유골은 돌아왔으나 그것이 최모양의 것인지는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 없는 부석덩이를 고이 보관하고 자손들이 들랑거리는 일이 왠지 무의미해 보인다. 책꽂이 같은 장의 한 칸(책 몇권 꽂을 공간)에 드는 보관비용이 400만원부터 1,800만원이라고 하니 서민들에게는 너무 큰 돈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연에서 제공하는 공기와 식물, 동물의 살을 먹고 자신의 살과 뼈를 키운다. 화장은 자연에 은혜입은 생명체가 오히려 자연에게 피해만 주고 가는 장례법이다. 자연이 키워준 육신은 거름도 못되고 화장유골은 식물에게도 무용하며 화장연기는 공기만 더럽힌다. 이래서 되겠는가? 차라리 사자(死者)의 의복이나 머리카락, 손발톱, 기타 유품들을 보관하여 모시는 것이 사자와의 관계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연에서 은혜받은 것을 자연에 돌려주고 간다는 의미에서는 차라리 매장, 수목장, 풍장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풍장은 좀 그렇고 티벳식 조천장은 너무 끔직해서 우선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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