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혼동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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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못을 혼동하지 말라
  • 최동철
  • 승인 2015.02.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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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직전, ‘군민 90.4%가 군의 ‘민원행정’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은군청의 자화자찬 성 설문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군민 10명 중 9명이 군의 민원행정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이는 자체교육과 군의 민원 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자랑으로 귀결됐다.

헌데 그로부터 불과 며칠 뒤 ‘보은군의 인사처리가 엉망이고 부실행정도 다수’라는 다소 충격적인 충북도의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무려 37명의 공무원을 문책하고 7억8천 여 만원에 대한 추징, 회수, 감액의 재정적 조치도 취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충북도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보은군 종합감사 자료에 따르면 밤샘 주차로 적발된 화물차·전세버스에 과징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계획정보체계 시스템 구축을 엉뚱한 이유로 지연시키는 등 행정업무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은군이 5급 승진 1순위 공무원을 근거도 없이 배제하고 잘못된 일 처리로 인명 피해를 초래한 2순위 공무원을 승진시킨 사례도 드러났다.

충북도에 따르면 보은군은 지난해 하반기 인사 때 5급 승진 1순위 공무원을 승진시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보시켰다. 민원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도시계획도로 변경 고시안을 확정해 주민 불만을 낳았고, 결국 용역 재발주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감사 결과 이 용역은 국토교통부의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정비 권고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업무과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반면 이때 대신 승진한 2순위 공무원은 잘못이 가리어졌다. 하천 수문을 임의로 열어 인명 피해를 초래,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던 전과사실 등이 승진 인사위원회에 전혀 통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속세와 더불어 살되 비루하고 천박하지 않게 사는 이치를 경구한 채근담(菜根譚)이란 책이 있다. 명나라 말기 홍자성이 썼다.

그 책에 ‘공과를 조금이라도 혼동하면 게으름에 빠지고, 은원을 지나치게 밝히면 배반의 뜻이 생긴다’는 ‘공과불용소혼(功過不容少混) 혼즉인회타타지심(混則人懷楕墮之心) 은구불가대명(恩仇不可大明) 명즉인기휴이지지(明則人起携貳之志)’라는 경구가 있다.

모든 사회활동에 있어 공적이 있으면 상을 주고 과실을 했으면 벌을 주어야 한다. 이를 가벼이 여기고 무시해버리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할 것인가. 너도 나도 어영부영 게으름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 해서 공과와 관련해 은혜와 원한을 지나치게 밝혀서도 아니 된다. 공과는 공적이다, 은원은 사적이다. 사적인 은혜를 앞세워 과도한 상을 주고, 사적인 원한이 있다 해서 지나친 벌을 주면, 결국은 모두가 등을 돌리고 떠나갈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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