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궁둥이 보다 닭 주둥이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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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궁둥이 보다 닭 주둥이가 되라
  • 최동철
  • 승인 2015.02.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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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회전의자’의 주인이 자리바꿈을 하는 시기이다. 각 기관 단체의 장이 새 인물로 선임되거나 새로 선출된 인물들로 대부분 바뀌고 있다. 신문지상에도 바뀐 이들의 포부와 다짐이 여럿 소개됐다. 사회로 첫 진출하는 신출내기들의 두려움과 설렘도 느낌으로 다가오는 때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욕구충족을 위해 산다. 극히 이기적인 자신만을 위해 크고 높은 자리, 맛있는 것, 좋은 것, 예쁜 것, 비싼 것, 유명한 것만을 추종한다. 그러다보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처럼 부동산 투기와 병역기피, 언론 통제 등 온갖 의혹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과 주변의 과도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면 예(禮)를 실천할 수 없게 된다고 일찍이 공자가 말했다. 즉,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하면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것(推己及人)’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가 싫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예를 이루고 유가의 사상적 핵심인 ‘인(仁)’의 경계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그러하다.

크고 좋아 보이고 그럴듯한 것만을 추구하는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여 작지만 깨끗하고, 검소하지만 실속있는 그러한 것이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예를 실천하며 인자(仁者)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이 상앙을 등용하여 변법을 시행한 이후 진나라는 일약 제후국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기존의 강대국 제나라와 신흥 강대국 진나라를 사이에 두고 주변 제후국들은 각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골몰해야 했다.

이때 합종연횡(合從連衡)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창한 이들 중 합종을 주장한 소진이 한나라 선혜왕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대왕이 진나라를 섬기게 되면 진나라는 한나라에 땅을 요구할 것이다. 대왕의 땅은 끝이 있지만 진나라의 요구는 끝이 없을 것이다. 옛 속담에 차라리 닭의 주둥이가 될망정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고 했다. 대왕은 현명하고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소 궁둥이의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에 선혜왕은 발끈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칼을 어루만지며 '과인이 아무리 못났지만 진나라를 섬길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하며 연합군에 가담했다.

예서 비롯된 성어가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다. ‘차라리 닭의 주둥이가 되었으면 되었지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는 뜻이다. 큰 조직의 말단보다는 작은 조직의 수뇌가 되라는 경구의 의미도 있다. 대처에 나가 비루하게 사느니 열악하지만 농촌에 몸담고 지역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도 꽤 괜찮은 삶이 될 수 있다는 논조로 강변해 볼 수 있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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