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쫓고, 없으면 등진다.
상태바
있으면 쫓고, 없으면 등진다.
  • 최동철
  • 승인 2015.01.2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박덕흠 국회의원이 보은지역을 방문할라치면 면담요청이 쇄도한다고 전해진다. 사무실이건 어디서건 알만한 지역인물들이 박 의원 시선 주변을 맴돈다고도 한다. 그들의 생각에는 아마도 ‘권세를 가진 박 의원’이기 때문 일 것이다.

이 같은 권세는 세상인정도 수시로 변하게 한다. 따뜻하면 가까이 하고, 차가우면 멀리한다는 염이부한이기(炎而附寒而棄)라는 말이 있다. 권세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여 따르다가, 세력이 약해지면 등을 돌려 버리는 경박한 세상인심을 의미한다.

‘정승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은 데는 문상 안 간다’는 속담도 있다.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서는 아첨을 하다가도 그가 죽으면 뒤도 돌아보지 아니함을 이른다. 세상사는 권세가 있을 때에는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다가 권세가 떨어지면 문전작라(門前雀羅)가 된다.

이처럼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를 뜻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권력가 맹상군의 이야기에서 생겨났다. 맹상군은 수많은 식객들을 거두고 잘 대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한 선비나 기거할 곳 없는 지사 등 재주 있는 자들을 마다하지 않고 집에 머물게 했다.

적국인 진나라에서 이 같은 맹상군을 두려워해 실각시키고자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속아 넘어간 제나라 임금은 맹상군의 벼슬을 뺏고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그러자 그간 대접을 받았던 많은 식객들은 하나같이 의리도 없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

다만 식객 중 진나라와 제나라의 역학관계를 꿰뚫어 본 풍환이라는 자만이 맹상군을 위해 항변했다. 제나라 임금 역시 맹상군을 쫓아낸 것이 잘못된 것임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불러들여 복권시켰다. 떠나갔던 식객들은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에 한 참모가 맹상군에게 ‘새벽시장이 북적되고 저녁시장이 파하는 것은 사람들이 새벽시장(朝市)을 특별히 편애하고 저녁시장(夕市)을 유달리 미워해서가 아닙니다. 저녁시장에는 필요한 물건이 이미 다 팔리고 없는지라 떠나갈 뿐입니다. 주군이 권세를 잃자 떠나간 것이고 다시 되찾자 모여들 뿐이니 이는 자연스런 것입니다. 속으로 원망은 되겠지만 저들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모두 주군의 힘이 되는 것입니다’고 조언을 했다.

여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가 바로 염량세태다. 권세가 있을 때에는 아첨하여 쫓고 권세가 떨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속의 형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22일)은 정상혁 보은군수가 1심 재판장으로부터 공직선거법 등 위반에 대한 선고를 받는 날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확정되면 당선무효인 벌금 삼백만원을 구형한바 있다. 선고결과에 따라 정 군수 주변 사람들도 염량세태 할 것이다. 권세가 있으면 쫓고 없으면 등진다. 예나 이제나 그게 세상인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