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민초들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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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민초들의 염원
  • 최동철
  • 승인 2015.01.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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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봄날 파릇한 새싹이 돋는 들판의 양을 의미한다는 청미(靑未)의 해다. 배부르고 따스하니 민초들에게는 별 탈 없이 지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반면, 역사를 훑어보면 국가적으로는 경천동지할 대사건들이 있었다.

전쟁터에서 말 타고 창칼 휘두르던 아득한 1080년 전, 무능한 왕권통치로 인해 내란을 겪던 신라는 935년 을미년에 멸망하고 만다. 향락을 쫓던 진성여왕이 재정파탄을 메우려 조세독촉을 한 것이 50여 년간 민초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왔다. 결국 경순왕은 고려에 자진 항복했다.

격변기였던 120년 전, 1895년 을미년에는 사변이 있었다. 을미사변은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이 되어 일본인 자객들이 궁궐에 침입,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일본세력 강화를 획책한 정변이다. 흉도들은 우리의 왕비를 살해하고, 시체에 석유를 뿌려 불사른 뒤 뒷산에 묻었다.

국가적으로는 올해도 위기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많다고들 한다. 세계 정치, 경제의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강대국의 힘겨루기가 발현되고 있다. 남북한 간에 평화적 통일논의 보다는 날카로운 설전이 오갈 때가 더 많다.

경제 역시 환율과 주식시장이 보여주듯 하향세다. 열강들은 자국의 이익보호가 우선이다. 기업경영이 어려워지고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이럴 때일수록 맹수의 공격에 무리지어 방어하는 양떼처럼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데 모리배와 정상배들은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각설하고 민초들에게 있어 을미년이 제아무리 풍요롭고 평안한 한 해가 될지라도 각자의 염원은 그만큼 절실하고 애타게 마련이다. 이웃 집 강 영감은 일흔여덟 살로 3년 전부터 암과 투병하고 있다. 미국 시민이 된 자식들은 거의 보진 못하지만 마음은 늘 잘되기를 바란다.

4년 전 귀농한 전 영감은 일흔한 살이다. 땅을 사서 집과 농장을 짓고 축산을 직접 한다. 대기업에서 일한 덕에 두둑한 퇴직금도 챙겼고 국민연금도 받고 있다. 대도시 문화와 동떨어진 보은에 터전을 잡은 뒤 자식들은 단 한번 다녀갔다. 자식들과의 소통이 큰 바람이다.

속리산의 윤씨는 50대 후반이다. 새벽에 육체적으로 몹시 힘든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 덕에 육신은 온데 아픈 곳 투성이다. 수술도 내로라 할 만큼 많이 했다. 허리통증으로 주변에 늘 고통을 호소하며 산다. 아들이 내려올 때마다 부모로서 해줘야 할 것에 늘 전전긍긍이다.

15년 전 보은에 정착한 이 영감은 여든한 살이다. 지지난해 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주어졌다. 일자리가 끊긴 지난해부터 정신과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서울 큰 아들은 자식 키우느라 바쁘고 둘째는 미국 박사가 되어 그 나라에 정착했다. 의지할 곳이 없어 난감한 상태다.

이유야 어떻든 이들은 모두 외롭고 고독해 했다. 과장되게 자식과 손주를 자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쓸쓸함을 떨치지 못했다. 이들의 한결같은 새해 벽두 염원은 ‘죽는 날까지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부득불 그 다음이 자식들의 행복과 그들과의 이해와 소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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