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은 지난해와 올해 감자를 수매했다. 올해 밭감자의 경우 100g이상 1등품이 ㎏당 550원, 100g이하 2등품은 ㎏당 150원에 수매했다. 1등품 기준 20㎏당 1만1000원의 가격이다. 지난해는 중량에 관계없이 ㎏당 670원에 일괄 수매했다. 수매 후 시장 값 폭락이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높은 소득을 올렸다. 당시 보은농협의 감자 수매는 계약재배의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의미가 분명했고 높게 평가됐다. 특히 시장출하가보다 높은 값에 감자를 수매하다보니 농가들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출하했음에도 보은농협 직원들은 밤샘작업까지 하면서 힘든 줄 몰랐고 농가로부터 센세이션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상자포장이 아닌 톤백이나 농산물 전용 플라스틱 상자 등으로 감자를 출하토록 해 농가의 일손 뿐 아니라 물류비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줬다. 여기까진 모든 게 더할 나위 잘 풀렸는데. 결과는 적자. 그것도 14억. 이익을 내야 할 보은농협이 농산물 판매를 책임지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출렁이고 있다.
어떻게 봐야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단기간 내 14억이란 적자가 어떻게 난 것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주변의 시선이기도 하다. 이유가 대체. 주변에선 미숙한 회계와 공급가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또 보은지역의 감자만을 수매했다면 하고는 무척 안타까운 반응이다. 한때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잠시 협력자 관계를 맺었던 큰들영농조합법인에게 문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거액 손실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은농협측이 납득할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니 이런 저런 말들이 불거지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같은 일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남긴 과제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선 원인파악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이사회 등 시스템이 잘 작동되었는지, 아니면 사업계획변경안이 총회에 부의돼 공유되었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되었다면 이사들이나 대의원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하겠다. 할 소리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감사?이사들이었다면 이런 임원진을 선택한 조합원의 책임도 없지 않다.
사업은 늘 위험리스트를 안고 있다지만 농협이 주로 하여야 할 일이 경제사업이기 때문에 이번 일로 농협의 각종 사업이 축소되거나 위축을 가져온다면 조합원과 지역에도 유익할 게 없다. 실패를 거울삼아 반전드라마가 나오길 기대한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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