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간에 순위다툼이란 곧 경쟁을 의미한다. ‘선의의 경쟁’이니 ‘동반자적 우호의 경쟁’이니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지만 상대를 어떻게든 이기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협력과 창의성 교육을 중시한다는 핀란드의 학교체육대회는 ‘달리기’종목에서만 경쟁이란 용어가 사용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협동으로만 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사실 체육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 어디 조직에서건 순위다툼, 순위경쟁은 당사자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협동 배려해 줘야할 친구, 동료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반드시 이겨야만 순위가 앞질러진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순위다툼은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 또한 못지않다.
‘체력은 국력’이라 할 정도로 체육이 중시됐던 시절이 있었다. 온 나라 안이 국민체조, 매스게임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권투, 레슬링 등 각종 스포츠로 시끌벅적했다. 국민대중의 이목과 관심을 시국현안에서 딴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개발도상국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국민의 체력이 국가의 생산력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체육을 통해 국민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국민적 합의나 민족적 단결을 추구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체육은 개인의 체력향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대립이나 소외 의식을 해소하고, 연대성을 강화하여 화합을 추구하는 일종의 유대기능 역할을 갖고 있다.
내일(14일), 군민화합을 위한 서른여섯 번 째 보은군민체육대회가 열린다. 서너 종목을 제외하고는 노인을 비롯해 남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읍·면 대항으로 치러진다 해서 순위에 크게 집착할 필요도 없다. 그저 함께 즐기며 한바탕 웃으면 된다.
그래서 각 읍면의 순위가 매겨지는 종합시상 방식은 지양하는 편이 좋겠다. 종목별 시상으로 전환해 읍면 참가자 모두 승자가 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노인과 장애인, 여성 특히 외국에서 시집 온 여성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장애인 체육대회가 따로 있지만 한두 개 종목에서 장애인 부문을 운영한다면 서로 간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고 군민의 한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 여성들도 ‘며느리 나라 말 따라 하기’ 등 시부모 등과 협력하면 해낼 수 있는 한두 개 종목을 발굴하여 참여시킨다면 더없이 성공적 군민체육대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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