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그리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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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그리고 인생
  • 최동철
  • 승인 2014.10.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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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바뀌어 어느덧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삶을 가진 존재들은 겨울채비가 한창이다. 일년생 잡풀들은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맘 편히 돌아눕는다. 다년생 식물군은 가지 끝자락의 양분을 뿌리까지 끌어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동물들은 털갈이와 피하지방 쌓기에 분주하고 사람 또한 월동준비로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대자연 속 생명가진 것들의 연중마감은 늘 이렇다. 그리고 긴 겨울을 무사히 지낸 생명체들은 봄날 새싹이 돋듯 또 다시 삶의 환희를 구가하게 된다. 다만 이 와중에 불현 듯 시들어간 무수한 생명체들은 아쉬움만 더할 뿐이다.

한단지몽(邯鄲之夢)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재산이 많고 사회적 신분이 높은 부귀영화의 삶이나 번성과 쇠락이 서로 뒤치락대는 영고성쇠의 인생이나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꿈같이 허무하다는 의미다.

‘한단으로 가는 어귀 여관 앞에 노생이라는 젊은이가 신세타령을 하고 있었다. 노생은 자기가 입고 있는 누더기 옷을 보며 한탄했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공명을 세워 장군이 되고 재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며 집안을 번영하게 하는 것이 사는 보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자신은 한창 나이가 된 지금도 그런 희망이 없다며 넋두리하듯 자신을 조소했다.

옆에는 도사처럼 차려입은 선인 여옹이 있었다. 노생의 넋두리를 들으며 미소를 짓던 여옹은 그에게 한 숨 자라며 청자로 된 베개를 베어준다. 그러자 곧 노생은 당대의 으뜸가는 부호의 딸에게 장가를 든다. 과거에도 급제하여 출세가도를 달리며 장군도 되고 재상이 되어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 그러나 결국 죽을 때에 이르게 되어 퍼뜩 눈을 떠보니 여관 앞 평상이었다.

노생은 활짝 웃으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인생에 있어 총애와 치욕의 운수도, 영달이나 전락의 이치도, 삶과 죽음의 정도 다 깨달았다. 선생께서 욕망의 부질없음을 일깨워 주었다고 말하며 여옹에게 두 번 절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 10월)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가 있다. 거기에 ‘내세가 있는지 모르겠다. 반반이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조금 이룬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지혜도 쌓았는데 죽는 순간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묘하다. 그래서 죽은 후에도 나의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의 의식은 영속한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선불교에 심취했던 내세관의 한 단면이다. 그리고 그 다음 대목에서 잡스는 대반전의 한 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보다.'

삶의 끝은 가을일 수도, 겨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살아생전 허욕을 버리고 사람답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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