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대책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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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대책을 강구할 때다
  • 최동철
  • 승인 2014.09.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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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자 창밖에서 ‘크렁크렁’하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때론 죽고 사는 문제를 다투듯 격한 난투소리도 들린다. 소름끼칠 정도의 날카로운 괴성이 오간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오곡백과 무르익는 계절인지라 발정 난 길고양이들의 본능이 횡행하는 때다.

요즘 농촌마을 주변은 그야말로 고양이들의 성희놀이터가 됐다. 먹이사슬에서 윗 단계에 있는 개들은 거의 대부분 목줄에 묶여있다. 그렇다보니 고양이가 최상층이 됐다. 쫓길 일 없고 맘 편하니 토실하게 살도 올라 덩치도 웬만한 중 강아지 뺨친다.

호텔만치 서비스는 없지만 제 집 같은 빈농가는 지천이다. 늙고 병든 홀로 사는 노파 집의 부엌 고기반찬은 제껏인 양 훔쳐 먹으면 그만이다. 간혹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촌로의 독물미끼에 속아 싸늘한 죽음을 맞이할 때도 있기는 하다.

농촌지역 도로에서 어두운 길 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불가항력적인 찻길 동물 사고(로드킬, roadkill)가 일어난다. 희생자는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고양이가 대부분이다. 운전자 일부는 차체와 바퀴를 통해 전달됐던 당시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텔레비전 동물관련 프로그램 진행자와 애호가들 일부는 이런 양상을 일컬어 ‘인정머리 없다’ 느니 ’동물학대, 참살의 주범‘이니 라고 말들 해댄다. 현실 속에서 사람이 겪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와 고통 등은 아랑곳없이 비난들이다.

하기야 세계 최초로 고양이를 길들여 가정에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5천여 년 전 고대 이집트는 ‘고양이를 죽인 자는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당시 고양이는 음악과 풍요, 다산의 여신이자 여성의 보호자인 바스테트(Bastet)로 숭배됐기 때문이다.

비단무역이 중시되던 중국과 일본에서도 누에고치를 공격하는 쥐들의 퇴치를 위해 고양이를 귀하게 길렀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불경을 갉아먹는 쥐들 때문에 절에서 고양이를 기르며 존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는 영적인 힘이 강한 동물로 터부시되어 왔다.

고양이의 좋은 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수난의 시기도 있었다. 15세기 말엽 유럽 기독교계는 이른바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양이는 ‘마녀의 심부름꾼’이라며 숱한 고양이들을 산 채로 불태우거나 강에 던졌다. 이 수난은 마녀의 미신이 수그러든 18세기까지 계속됐다.

고양이는 임신기간이 60일에 불과하다. 한번에 5마리 정도 새끼를 낳고 일 년에 3번, 발정한다. 즉 한 쌍의 고양이가 6년 동안 42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 평균 수명은 12년 정도다.

서울시는 이미 6년 전 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을 해서 다시 풀어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피해를 보는 시민들을 위해서다. 보은군도 이제 본격 대책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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