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신(神)이 아니라 역사적 실존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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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신(神)이 아니라 역사적 실존인물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4.08.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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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이나 댓가를 바라지 않고 백의(白衣), 흰 옷을 입고 종군(從軍), 군사가 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백의종군의 대표적 상징으로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조선을 구한 우리 민족의 대표적 역사인물로 대표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두 차례나 백의종군(白衣從軍·벼슬 없이 군대를 따라감)을 전해지고 있다. 첫 번째는 함경도 녹둔도 둔전관이던 1587년 여진족의 기습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게 되었고 이듬해 여진족 정벌전에서 공을 세워 사면된다. 충무공은 10년 뒤 임진왜란 때 또 한 번 백의종군하게 된다.
부산에 있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왜군(倭軍)을 공격하라는 조정의 명령을 전략상 판단으로 따르지 않아 파직된다. 그는 후임인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고 전사한 뒤 다시 수군(水軍) 총지휘관으로 복직하게 된다. 백의종군은 이처럼 대부분 패전과 관련된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종 7년 5월 7일 부제학 권민수가 쓴 상소에는 “예로부터 변방의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오랑캐에게 납치되면 주장(主將)은 백의종군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임진왜란 발발 직후에는 임금의 피란 행렬을 호위하는 무사들이 너무 적다고 하여 책임자들을 백의종군시키기도 했다. 백의종군하는 장수의 신분에 대해서 ‘병졸 강등’ ‘보직 해임’으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순신이 첫 백의종군 때 참가한 여진족 정벌전을 그린 전투도에는 비록 백의종군을 하는 위치였지만 그가 장수의 한 사람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백의종군은 잘못에 대한 처벌인 동시에 명예회복의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얼마전 우리는 ‘명량’ 이라는 영화 한편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웠으며 불가능한 조선을 지켜 지금의 대한민국, 지금의 우리에게 희망을 준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희망뒤에는 우리가 분명히 짚고 가야할 사실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나 전후 일본의 자료에는 이순신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서애 유성룡이 집필한 “징비록” 이 1695년 일본에서 출판돼 지식인 사회에서 널리 읽혀지면서 평가가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19세기 중반 간행된 “조선징벌기” 에 묘사된 용맹한 장수로 등장하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이순신 장군의 그림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손에는 여포가 사용한 무기인 방천화극이 쥐어져 있다고 한다. 당시 일본에게는 이순신이 얼마나 공포스런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은 1900년대 일본의 역사학사들에 의해 이순신은 조선의 명장은 물론 사람이 아닌 일본 해군의 영웅, 스승으로 신격화에 대한 작업이 극대화되었다는 것이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탁함대를 격파시킨 도고 헤이아치 제독은 이순신의 학익진법으로 대승했다는 학설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또 일제강점기 진해에 주군한 일본 해군이 매년 이순신 진혼제를 열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이런 역사적 주장은 일제의 통치 이념인 내선일체 사상과 대동아공영론과 무관치 않다는 사실이다.
영웅이 아닌 죄인의 신분으로 전쟁터에 나가 싸우면서 백의종군하면서 조선의 영웅이 아닌 일본인들의 영웅이 되었던 이순신, 흰옷을 입고 전쟁터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원망하지 않고 전쟁터로 나간 이순신의 실존적 고뇌속에서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준 구국의 역사적 이순신 장군이다. 우리 역사속에 일본인들이 내선일치로 인한 이순신을 신격화하고 과거역사와 정권의 합리적 수단으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이순신 신격화를 통해 신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폄하했던 그런 시대도 있었다. 이제 이순신을 신화에서 역사적 실체로 재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사에 대한 논란이 엊그제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일본의 내선일체 사상과 대동아공영론에 빠져 있는 역사적 사관을 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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