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미터요금 정착, 의지는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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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미터요금 정착, 의지는 있는 것인가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4.08.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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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주말이면 보은에 내려와 택시를 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택시 승객이 미터기를 작동하지 않고 택시요금을 받는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해했다. 한마디로 지역이 좁아서 또는 시골이라서 미터기를 장식용으로 달고 다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이 승객의 말에 따르면 미터기에 보이는 금액은 O지만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나 항상 미터기를 끊지 않고 대충 정해진 요금을 받는다. 기본요금에 대한 설명도 없다. 탈 때마다 택시비가 바뀐다. 한번은 목적지 요금을 두고 흥정이 붙었는데 평상시 7000원에 다녔다고 하자 7000원짜리 택시를 타라며 후진해 탔고 있던 승객을 등 떠밀어 내리게 했다. 승객은 “부당한 처사로 신고할 생각이었지만 민원제기로 개선을 호소하는 것으로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랬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외지 승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택시 탈 때 흔쾌한 기분만은 아닌 것 같다. 택시를 자주 탄다는 삼산리의 한 주민은 “시내는 3000원, 시내에서 벗어나면 5000원 이상 지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는 거리에 비해 늘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지만 좁은 지역사회에서 사사건건 택시비로 얼굴 붉힐 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주민은 “특히 택시정류장에서 순번을 정해놓고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는 승객이 기사눈치를 보게 된다. 부르는 게 요금인데다 오래 기다렸는데 짧은 거리를 가자고 하면 어느 기사가 좋아하겠는가. 무엇보다 미터요금이 생활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보은군에도 택시 기본요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요금(보은군 1.1㎞에 2800원)이 얼마인지 토박이들조차 잘 알지 못한다. 택시의 다수가 미터기를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미터요금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택시업계는 미터기 요금을 받으면 특히 노령층의 단골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에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요금을 받는다고 강변한다. 미터기대로 요금을 받으면 단골이 떨어져나간다는 것이다. 행정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할 보은군도 미터요금 정착에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원칙은 과태료를 부과해야 함에도 미터기 시행에 제대로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십수년간 대부분의 택시가 미터기를 끄고 운행함에도 올해까지 단속 실적이 사실상 제로수준에 가깝다. 미터기에 의한 택시요금제가 아닌 자의대로 또는 상황에 따라 주고받는 택시비에 대해 보은을 찾아오는 전지훈련선수나 도민체전 참가자, 관광객 등 외지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해진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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