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농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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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농촌 예찬
  • 최동철
  • 승인 2014.07.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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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골목길을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깔깔거림이 들려온다. 어귀에는 낯선 고급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개들도 공연히 신이 나는 냥 실컷 짖어댄다. 조용하기만 하던 농촌 마을이 휴가철을 맞아 방문한 외지인들의 출현에 따라 살만한 세상 분위기로 바뀐다.

마을과 가까운 개울가에서는 도시에서 온 손자, 손녀와 함께 다슬기와 피라미를 잡느라 촌로가 굽어진 허리를 더욱 구부리고 있다. 제 키보다 큰 대나무 매미채를 든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곤충채집에 열을 올린다. 이런 모습의 농촌풍경이 그야말로 무릉도원일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민의 여름휴가 및 농촌 관광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가구의 30.3%가 여름휴가로 농촌 관광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관광을 선택한 가구가 선호하는 지역은 강원(35.1%)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라(22.0%), 제주(16.3%), 충청(10.9%), 경상(9.6%), 경기(4.8%) 순으로 집계됐다.

농촌 관광을 선택한 이유는 자녀 체험(27.9%)과 관련된 주제 때문으로 조사됐다. 그다음이 휴식(23.5%)과 치유, 활력(22.7%)이 뒤를 이었다. 숙박 방식의 선호도는 펜션(27.8%), 휴양림(22.5%), 농가 민박(21.6%)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촌은 도시민들에게 있어 아직은 ‘희망과 꿈’의 역할을 한다. 또한, 미래의 삶을 살게 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현재의 ‘자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인위적인 척박함의 도시생활에 비해 여유로움과 따스한 인정을 체험할 수가 있다.

노우지독(老牛砥犢)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는다는 뜻이다. 지독(砥犢)이란 말은 핥을지(砥), 송아지 독(犢)자로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즉,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아무리 못났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이다. 천하의 역적질과 패륜 또는, 사람 구실을 못할 정도의 못난이라 하더라도 부모에게 자식의 허물을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 중 하나다.

농촌은 노우지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도시생활의 삶에 쫓겨 농촌 부모를 잊고 살았다 하더라도 자식을 절대 탓하지 않는다. 설령 바보처럼 사는 자식이더라도 나무라기는커녕 있는 것을 다 못 줘서 안달이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듯 농촌의 부모는 도시의 자식들을 그저 사랑할 뿐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자식들에게는 텔레비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처럼 자연을 접하게 하라. 도시인들은 이곳에서 휴식과 치유를 얻자. 그리고 외롭던 농촌 부모들에게는 어미 소 역할로 한없는 삶의 환희를 느끼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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